빗나간 권위주의와 수준 낮은 의정활동은 구 자치제에 대한 무용론을 자초 하는 데 한몫


‘구(區) 자치제 대수술 문제제기’는 아직도 유효한가?

-구의회의 긍정적인 측면...비대해진 대도시 기능,분권 차원에서 관리참여기회 확대 이바지

-지역수요에 부응해서 행정서비스의 제공을 다양하게 시도했다는 점 등은 큰 성과다.

-일부 구의원들의 빗나간 권위주의와 수준 낮은 의정활동은 구 자치제에 대한 무용론을 자초 하는 데 한몫 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의 자치구의회를 폐지하고,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구청장의 주민 직선제를 개정해서 이들을 임명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의결하였다. 그당시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는 전국 36개 시·군·구를 16곳으로 통합하는 안을 발표했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안이 곧 청와대와 국회에 보고되면 관련법 개정 등 후속 논의와 절차가 이어질 상황이었다. 2010년 경남 마산 창원 진주가 통합한 이후 2년여 만에 지방행정구역 통합이 다시 추진되는 것이었다. 최종적인 통합은 해당 지역별로 지방의회 의결 또는 주민투표를 통해 확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일부 지역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등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방행정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확보해 주민 편의를 증대하고 미래 성장 기반 구축 등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했다. 18대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국회의원과 지자체 공무원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결국 흐지부지됐다. 19대 국회가 들어서면서 이와같은 마찬가지의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합리적인 절차에 따른 심도 있는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일각에서는 주장하기도 했다.

 

통합에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밀어붙이기 식 졸속 추진은 금물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구의회 폐지문제는 위헌론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간 구의회의 부정적 모습이 구민들을 실망시키고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유지들의 친목 모임이란 비판도 있었고, 지역이기주의적 사업 진행 등으로 자치구마다 사업이 중복되는 등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치단체는 의회를 두도록 한 ‘헌법 제118조’의 근거를 들어 구의회 폐지가 헌법에 반한다는 주장이 대두 됐다. 구의회가 제구실을 못한다고 개선책을 모색하면 될 일을 폐지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고 논란이 많은 만큼 논의를 거쳐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당시 통합안에 포함된 지역 중 일부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예를 들면 의정부 양주 동두천 등 3개 시 통합의 경우 인구와 면적 등에서 유리한 입장인 의정부는 환영의사를 밝힌 반면 상대적으로 열세인 양주와 동두천은 모호한 통합기준 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식이었다. 설사 통합으로 주민 의견이 모아진다 해도 성사가 쉽지 않은 게 행정구역 통합문제였다.시청사를 어디 둘지, 통합시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등의 문제로 막판에 통합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만큼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 원칙에 입각해 주민을 설득하고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통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고 또, 이런 것들을 결정해야 하는 이유 또한 그러했던 것이다. 자치구의 독자적 과세권 등으로 구 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특별시와 광역시에서 종합행정을 수행하려고 해도 자치구의 반발로 원활하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자치구의회 운영에 행정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는 것이다.



추진위의 결정을 두고 지방의 반발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고, 추진위 의결과정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결국 자치와 분권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다. 이제 구 자치제는 시행 17년 만에 그 존폐가 불확실해진 가운데 한국의 지방자치는 다시금 중대 기로에 서기도 했다.이에 따라, 구 자치제 시행에 따른 그간의 성과와 문제점을 냉정하게 짚어보는 동시에 외국의 사례를 참고로 해서 앞으로 구 자치제의 올바른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 된 것이다.


중앙뉴스=서승만 기자 /solar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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