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의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원일)이 발상의 전환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음악회 <역(易), 변화의 리듬>을 10월 17일(금)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장단을 주제로 재작곡, 협연, 변주하는 이번 작품은 국립국악관현악에는 역(易)이 필요하다는 발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찾는 것 뿐 만 아니라, 기존의 것을 다시 뒤집어 보는 작업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진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우리음악의 역을 위해 타악기에 주목한다. 장단이 바로 우리 음악의 DNA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이 시대 관객에게 유효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장단을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역’을 시도 <세마치 볼레로>, <마림바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TOCCARE>, <신모듬 2악장 ‘기원’> 등 다섯 곡을 선보인다.

 

먼저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히는 <세마치 볼레로>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원일의 파격적인 해석과 장단의 다양한 변주로 재작곡된 곡이다. 서양 음악의 화성대신 우리음악의 색채감을 입혀 서양의 음악이지만 서구적이지 않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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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관현악의 시작 이래 가장 많이 연주된 곡으로 꼽히는 곡 “신모듬”(작곡 박범훈). 이 곡이 2악장에 해당하는 <신모듬 2악장,‘기원’>을 박범훈의 제자이자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통해 가장 핫한 작곡가로 부상 중인 황호준이 재작곡하여 선보인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서양음악 작곡가 박정규에게 위촉한 초연곡 <마림바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TOCCARE(토카레)>도 주목 받는 곡이다. 마림바는 뉴욕타임스로부터 ‘빛나는 기교와 섬세한 음악성을 보여줬다‘라는 호평을 받은 젊은 퍼커셔니스트 한문경이 협연할 예정이다.

 

또한 조선시대 왕의 행차 때 연주되었던 ‘대취타’를 현대적인 긴장감과 장쾌한 타악의 울림,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관현악적 어울림으로 구성한 원일의 <대취타 易(역)>도 선보인다.

 

연주회의 대미는 전통악기와 현대적 작곡기법의 결합을 통해 악기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당대성을 확보한 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수작 정일련 작곡의 신개념 <사물놀이 협주곡 ‘혼’>이 장식할 예정이다.

 

전통의 재해석과 장르의 확장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현대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원초적인 음악요소인 리듬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비틀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연주회를 통해 정체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그러나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국음악을 추구하고자 한다.

 

문제작 <세마치 볼레로>, 우리 DNA를 심은 클래식 음악

이번 연주회의 가장 큰 기대작으로는 2년 전 국악계의 이단아에서 역대 최연소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부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3년차 예술감독 원일의 문제작 ‘세마치 볼레로’가 단연 돋보인다. ‘클래식 음악에 우리 DNA를 심겠다.’는 기발하면서도 위험한 도전을 감행한 이 작업은 서양음악의 화성 대신 우리음악의 색채감을 입혀 서양의 음악이지만 서구적이지 않은 새로운 곡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원일 예술감독은 “라벨의 원곡 전체를 국악관현악으로 재현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원곡처럼 점진적으로 음향이 확장되며 전개되는 방식이 아니라 원곡의 익숙한 주요선율들이 우리의 장단을 타고 진행되는 변주를 통해 색다른 감각의 볼레로를 즐겨 보고 싶었다”고 작곡 방향을 전했다. 원곡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하게 반복되며 나오는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중요한 리듬형태를 세마치 장단의 두 번째 박에 자연스럽게 싱커페이션(당김박)된 액센트로 변화시켜 원곡의 맛을 변화시킬 예정이다.

 

세마치의 볼레로 상상은 쉽지 않지만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국악관현악은 몰라도 신모듬은 안다! 명곡 신모듬의 재탄생

국악관현악이 생겨나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연주된 곡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박범훈 작곡의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을 들 것이다. 총 3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사물놀이 협주곡으로 대부분의 국악관현악단은 물론이거니와 서양관현악으로도 편곡되어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어 박수갈채를 받은 이 명곡은 1987년 첫 선을 보일 당시에 이미 파격적인 어법으로 국악계에 큰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이 명곡을 국악관현악, 재즈, 창극, 오페라 작품까지 400여 곡을 작․편곡한 베테랑 작곡가 황호준이 재작곡 한다. 총3개 악장 중 2악장 ‘기원’을 재작곡 할 예정으로 워낙에 짜임새가 완벽한 작품에다가 작곡 스승이기도 한 박범훈의 대표곡인지라 중압감에 시달렸다는 황호준 작곡가는 초연 당시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악관현악단의 연주력을 반영하고 원곡에 담겨있는 선율구조와 리듬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음향으로 확장 시켜낼 수 있는 어법적인 고민에 집중했다.

 

또한 사물놀이를 국악관현악의 타악기 군으로 편입시켜 사물놀이가 전체 음향을 지배하기 보다는 국악관현악 음향의 일부로서 기능하도록 하였다.

여느 창작 작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힘든 과정을 통해 다시금 태어나는 명곡 ‘신모듬’을 들어본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변화의 리듬을 타는 젊은 피, 박정규와 한문경

언제나 변화의 과정에는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 이번 <역(易), 변화의 리듬>에 투입된 젊은 피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곡가 박정규와 한국 클래식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칭송받고 있는 타악 연주자 한문경이다.

 

 


‘놀라운 정도의 자신감과 독창적인 음향세계, 무한한 소통 능력을 보여 준다.’(SPO magazine)는 평가를 받는 작곡가 박정규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관령국제음악제, 통영국제음악제, 국립국악원, 재독작곡가 진은숙을 비롯한 수많은 단체와 연주자들에게 작품위촉을 받아 Asian Composer’s showcase, Ars Nova,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등 현대음악을 비롯하여 합창음악, 전통음악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재원이다.

 

그가 이번에 선보일 <마림바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토카레(Toccare)>는 마림바의 말렛으로 연주하는 ‘치고, 두드리는’ 행위부터 가야금의 뜯는소리, 거문고의 술대로 치는소리, 아쟁의 활로 문질러 켜는 소리, 양금, 편종, 편경 등의 치는 소리, 와인글라스를 문질러 내는 소리 등의 일련의 행위들이 서로 음악적으로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마림바를 협연할 한문경은 만10세에 이미 솔로리사이틀을 하였고 12세의 어린 나이에 제1회 일본 마림바 콩쿨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고 이후 파리 마림바 콩쿨 우승, 미국 MTNA 컴피티션에서 미전역 1위 및 야마하 특별상, 폴란드 현대음악 실내악 국제콩쿨에서 2위 및 최고해석상을 수상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본인의 음악영역 외에도 국악과의 다양한 작업이력 또한 갖추고 있기에 이번 연주회의 젊은 바람을 일으킬 적임자로 낙점되었다.

 

전통음악의 진화를 담아낸 수작(秀作) : <대취타 ‘역’>, <사물놀이 협주곡 ‘혼’>

이번 연주회에의 시작과 끝은 전통음악의 혁신적인 창작곡으로 평가받는 두 곡으로 꾸며진다. 2012년 9월 국립국악관현악단 원일 예술감독의 취임연주회에서 초연되었던 대취타 ‘역(易)’은 불고(吹) 치는(打) 악기들끼리의 원초적인 소리들(音色)을 더욱 확대하여 현대적인 긴장감과 장쾌한 타악의 울림,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관현악적 어울림을 담아낸 곡이다.

 

원일 예술감독의 취임과 함께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레로 상징되었던 이 곡은 이후 <런던한국음악축제>, <2013 교향악 축제>등에서 연주 되며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던 곡이다.

 

대미를 장식할 사물놀이 협주곡 “혼”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위촉으로 정일련이 작곡하여 2010년 초연된 대작 <파트 오브 네이처>의 6악장에 해당하는 곡이다. <파트 오브 네이처>는 인간을 대표하는 6개의 키워드를 모티브로 전체 6악장(‘출’, ‘숨’, ‘손’, ‘심’, ‘이름’, ‘혼’)으로 구성된 한국형 합주협주곡(Korean Concerto Grosso)이다. 작곡가 정일련은 이 곡에서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인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자 했다.

 

6악장인 사물놀이를 위한 협주곡 ‘혼’은 1악장 ‘출’의 리듬 주기와 전 악장들의 멜로디가 반복되는 곡으로 협연자들 간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작곡가는 장구 명인 김덕수에게 정식으로 배워 갖춘 한국 타악기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사물악기의 고유한 음색과 연주법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음악어법으로 풀어내어 기존의 사물놀이 협주곡과는 확연히 다른 리듬감과 신명을 담아내었다.

 

타악기의 작은 연주법까지 악보를 따라야하는 까다로운 연주는 초연자인 민영치(장구), 김웅식(북)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타악수석과 부수석 단원인 박천지(꽹과리), 연제호(징)이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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