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간다는 것 / 안이삭
 
 
어릴 적
해 지고 오소소 찬바람 불면
창문마다 따뜻하게 불이 켜지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동무들 하나 둘 돌아가고
미끄럼틀 그네 타기도 심드렁해지는 놀이터
애써 만든 모래성 두고 가는 것 아깝지만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옷에 묻은 모래 탁탁 털어내고
손톱 밑 흙먼지까지 깨끗이 씻어내고서야
앉을 수 있던
김 모락모락 오르는
엄마의 밥상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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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간다는 것은 회복이다.
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후회와 탄식의 발걸음을
뉘우치는 것, 그리고 아등바등 살던 이 세상 빈손 되어
떠날 때가 온다는 것,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이 가을,
온 나라가 탄식의 파도에 휘말리고 죄스러움이 전염병처럼
돌아 어지럽다.
소소한 작은 웃음조차 조심스럽던 올 해의 자화상,
자, 이제 우리 일어서서 돌아가자.
땅따먹기 모레성 쌓기 소꿉놀이...
해가 지도록 놀던 아이들이 흙 묻은 손 털며 미련 없이
불 밝혀진 집으로 돌아가듯 돌아가자.
당신이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시인은 묻고 있다.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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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삭 시인/
대구 출생
2011, 계간< 애지>등단
시집<한 물고기가 한 사람을 바라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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