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취업자 증가…'속 빈강정'
신규취업자 증가…'속 빈강정'
  • 신주영 기자
  • 승인 2015.01.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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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양 괜찮지만 질이 문제"…비정규직·장년층 위주 증가

 

▲ 서울에서 열린 한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백발의 구직자가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지난해 신규 취업자 수가 2002년 이래 12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후 문제에 맞닥뜨린 50·60대 취업이 크게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의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고용시장의 키워드는 '비정규직', '50·60대'

고용의 질을 따지기 위해서는 누가 어떤 일자리를 얻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최근 한국에는 50대 이상의 취업자와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수는 607만7천명(전체 임금근로자의 32.4%)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05년 548만3천명이던 비정규직 수는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결과, 지난해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섰다.

성별로는 여성이 전체 비정규직의 53.5%(325만1천명)로 남성(46.5%·282만6천명)보다 많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 입증된다.

비정규직의 현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6개월로 정규직(7년1개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정규직의 처우는 시간이 갈수록 정규직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3만1천663개 표본사업체 소속 근로자 8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 임금 차이는 2008년 134만9천원에서 2013년 158만1천원으로 커졌다.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한다.

OECD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의 비정규직 10명 중 몇 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1∼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8∼9명은 여전히 비정규직이거나 실업 상태였다.

이는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16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취업자는 고령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추산한 결과, 1989년에는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20대)이 28.5%로 가장 많고 30대 27.6%, 40대 21.7%, 장년층(50∼64세) 18.8%, 노년층(65세 이상) 3.3%였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장년층이 2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26.1%, 30대 22.3%, 청년층 15.1%, 노년층 8.0%로 순위가 완전히 바뀌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50·60대가 재취업, 창업, 귀농 등의 형식으로 계속 노동을 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작 청년층은 아예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다.

◇노사정, 노동시장 구조개편 머리 맞대…고용 질 개선 '숙제'

정부나 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고용이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 수치상으로 나타난 고용이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취업자 수가 45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53만명)보다 8만명 정도 모자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35만명, LG경제연구원은 51만명, 금융연구원은 45만명, 현대경제연구원은 40만명대로 내다봤다.

고용의 질 개선은 올해에도 '숙제'다.

정부, 노동계, 경영계는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정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중심으로 오는 3월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논의한다.

하지만 노·사·정은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일반 해고요건 절차와 기준 마련, 파견 업종 확대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이 크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35세 이상 비정규 근로자가 원하면 최장 4년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노사정 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정부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영계는 정부안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퇴직급여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불만이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문제가 완전히 개선되려면 '나쁜 일자리'가 아예 없어져야 하지만,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안 좋은 일"이라며 "결국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나란히 놓고 문제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의 핵심은 안정성인데, 정규직을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의 안정성을 높이면 기업의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며 "따라서 성과가 부진한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임금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과 근로복지 등의 측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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