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일인지하 만인지상( 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의리 청문회 기대말라”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인적쇄신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국무총리 후보자를 결국 울타리 바깥이 아닌 울타리 안에서 찾았다. 바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다.

 

이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집권 초반에 내세운 대통합(大統合) 대탕평(大蕩平)의 기치에도 부합하는 것은 물론 지방경찰청장, 국회의원, 도지사, 집권여당 원내대표 경험은 국가개조 작업과 공직개혁의 추진에도 딱 맞는 맞춤형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정치권의 호평(好評)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정치적 동지였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패를 다 까보겠다며‘송곳 검증’을 다짐했다.

 

그러나 총리 후보를 지명받기 직전까지 원내협상 파트너로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던 이 후보자에게 서슬 시퍼런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기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화장실 들어갈때의 마음과 나올때의 마음이 다르듯이 한 야당 인사는‘여당 원내대표 이완구’와 ‘국무총리 이완구’는 분명히 다르다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만큼 야당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혀 검증의 강도가 말랑말랑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가장먼저 “책임총리 역량을 갖추고 그 역할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벼르고 있으나 인사청문특위에 자진해서 나설많큼 배짱좋은 야당 의원들이 생각많큼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 총리 후보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선뜻 나서는 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도 궁굼하다.

 

그러나 기왕지사 총리를 뽑아야 하는 것이라면 “여당도 야당도 시간을 질질 끌 필요가 없다. 지금의 원내 분위기도‘빨리 처리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청와대는 이 총리 후보자가“공직생활을 오래한 만큼 앞선 청문회에서 모든 후보자들이 피해가지 못하고 중간에 낙마했던 병역문제나 가족의 재산 관련 의혹,후보자 자신의 도덕성에 관련된 문제 등 모든 의혹들을 쉽게 해명하고 풀어갈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후보자 벗기기는 예나 지금이나 예리하고 날카롭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야당 의원들의 날카로운 창을 의식이나 한 듯,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초반부터 몸을 낮추는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모드에 들어갔다.

 

이 총리 후보자가 제2기 국무총리로 국회의 인준을 받을경우 임기 중에 가장먼저 풀어야 할 현안은 정치권의 원만한 국정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위기관리 리더십과 국정 조정 능력까지 겸비(兼備)할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연말 국회에 상정된 일부 민생·경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정홍원 총리가 해를 넘긴 지난 7일 이례적으로 국회 상임위원장들의 방을 찾아다니며 14개 법안의 처리를 거듭 당부하기도 했겠는가?

 

국회의 문턱이 높아도 한참 높다는 것을 정 총리는 박근혜 1기 총리로서 수 없이 체험했을 것이다.

 

야당이 비협조적인 게 비단 총리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해도, 총리는 국정 수행의 좌장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기관리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니치지 않다.대한민국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에도 잦은 안전사고가 늘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나, 정부 내 통합지휘체계는 아직까지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다.

 

대형 재난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청와대가 사사건건‘감 놔라 배 놔라’간섭하게되면 재난 현장은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재난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안전처장이 사고 수습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힘있는 총리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하지만 아뿔사! 우리 곁에 이런 총리가 있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평소 “나는 충청도 사람”이라고 말하며서 ‘여백’과 ‘천천히’를 강조하던 이 총리 후보자가 최근 그 모습이 달라졌다.

 

본인은 물론 차남 병역 등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하고 있다. 준비된 총리로서의 모습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주어지는 의전과 편의를 사양하는 것에선 기존 ‘의전형ㆍ관리형’ 총리가 아닌 직언하는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완구리'는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이 후보자의 별명이다. 이 후보자의 이름의 영문명(완구 리)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후보자를 잘 알고 있는 인사들은  이 후보자가‘너구리’처럼 능청맞고 능수능란하게 일을 잘 한다는 데서 '완구리'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평소 천천히 걷다 사냥할 때 민첩해지는 너구리의 모습과 총리 후보자로 낙점받은 지금의 이 후보자와 많이 닮은 것 같다.

 

JP는 과거 이 후보자를 가리켜 “번개가 치면 먹구름이 낄지 천둥이 칠지를 잘 알정도로 상황파악 능력이 탁월하고 눈치도 빠르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두고 오면 추장이 돼서 돌아오고, 사막에 떨어뜨려 놓으면 물동이를 지고 나타날 사람”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국무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 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다. 그렇다고 총리가 만인과는 소통하고 1인에게는 할 말도 못하면서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오히려 만인의 민심, 여론을 모아 1인에게 제대로 직언할 때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은 완성된다.노파심에서 다시 한번 이 총리 후보에게 국민의 한사람으로, 언론인의 입장에서 직언(直言)하고자 한다.정책 수행과는 거리가 먼 ‘마무리 총리’가 되지는 마시라고...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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