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의 반정부 시위


[중앙뉴스=신주영기자]국제통화기금(IMF)이 독일에 그리스의 부채 감면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겠다고 압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통화 내용이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IMF의 유럽 부문 책임자인 폴 톰슨은 2주 전인 지난달 19일 동료들과의 통화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지 않으면 IMF가 860억 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에서 빠지는 것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IMF 없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독일 연방 하원의 주요 인사들도 구제금융에 EU만 관여할 경우 유로존의 신규 대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메르켈 총리에게 경고한 바 있다.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톰슨은 이런 점을 노려 메르켈 총리를 압박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 당신은 어떤 쪽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IMF 없이 진행할 것인가? 그렇다면 분데스탁(독일 연방 하원)이 'IMF가 함께 하지 않는다고?'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니면 (메르켈이) 우리를 계속 참여시키기 위해 우리가 그리스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채 감면을 택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이슈"라고 했다.

 

톰슨은 IMF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관장하고 있다. 이 통화에는 IMF의 그리스 팀장인 델리아 벨쿨레스쿠도 참여했다.

 

독일은 채무 감면에 소극적이다. 그리스에 빌려준 돈에서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스 측은 이번에 공개된 통화 내용에 대해 IMF가 독일 등을 협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에게 통화 내용이 IMF의 공식 입장인지 설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그리스 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메르켈 총리를 포함한 유럽 지도자들과도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올가 게로바실리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IMF의 공식 입장이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는 여건을 만드는 것인지 설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IMF는 그리스의 채무 감면과 함께 연금 삭감, 소득세 비과세 대상 축소 등의 긴축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유로존 정부를 대표해 그리스와 구제금융 협상을 하는 유럽위원회는 긴축 조치 완화를 선호한다.

 

IMF 내부의 통화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그리스 부채 감면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이번 통화 내용은 톰슨과 유럽위원회의 견해차가 현저히 크다는 사실을 부각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난항에 빠질 위험도 다시금 일깨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IMF의 관리들은 부채 감면에 관한 결정이 그리스가 막대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7월까지는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톰슨은 "과거를 보면 결정이 이뤄질 때는 돈이 심각하게 쪼들려 디폴트를 맞기 직전이었다. 이번에도 아마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어서 7월까지 질질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도 유럽의 결정이 지연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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