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 전 차명주식 처분 확인

[중앙뉴스=김종호 기자]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다 법정관리 직전 처분한 혐의가 드러났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이 회사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넘어가기 직전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유사한 이전 사건이 불거져 나와 대기업 오너의 모럴 해저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18일 재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은 김 회장이 1990년대부터 수년 전까지 20여년간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또 지난 2014년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전 김 회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 차명주식을 처분하면서 손실을 회피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김 회장과 관련한 제재 안건을 심의 의결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김 회장 측은 금감원 조사에서 차명주식을 보유했던 사실을 인정했지만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과거 관행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국세청은 2011년 김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확인하고 180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이런 사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동부그룹은 2년여에 걸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전자와 금융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됐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지난 2013년 10월 시작됐다. 동양 사태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자 당시 금융당국은 동부, 현대, 한진 등 3개 그룹에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주문한 바 있다.

 

동부그룹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구조조정의 전권을 위임하고 자구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산업은행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자산과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동부그룹의 자구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동부그룹은 지난 4월 동부팜한농을 LG화학에 매각한 것을 끝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재 동부그룹은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과 동부하이텍 중심의 전자부문으로 재편됐다.

 

동부화재는 올 1분기 2조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28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6개 금융계열사도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하이텍을 비롯한 전자부문 5개 계열사는 지난해 모두 흑자 전환했다. 특히 동부하이텍은 1분기 매출 1839억 원, 영업이익 407억 원, 경상이익 순이익 272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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