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번주 국무위원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돌입하면서 새해 정국주도권을 놓고 여야가 양보 없는 일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7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18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갖는데 이어 27일에는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내정자 청문회를 실시한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여권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은 야당의 `무차별' 의혹제기를 정공법으로 돌파한다는 의지인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내정자의 도덕성 및 신상에 대한 미세검증으로 `제2의 낙마'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청문회가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인데 야당의 공세에 무엇이 두렵겠는가"라며 " 이번 청문 대상자들은 공직자로서 그간 주어진 임무를 다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국회=이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정병국, 농지취득·박사학위 논문표절 의혹

국회 문방위원장을 지낸 3선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선거를 통해 수시로 검증을 받아왔고 여야 의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기 때문에 청문회를 쉽사리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야당의 공세는 의외로 거세다.

정 내정자에 대해서는 허위로 농업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했다는 의혹, 기획부동산을 통해 양평군 임야를 취득했다는 의혹, 서울 종로구 신교동 주택 전세자금에 대한 스폰서 의혹,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지난 14일 "정 후보자의 부인 이모씨가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이씨는 2004년 지목이 논인 해당 토지를 구입하기 위해 개군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영농경력이 '3년'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정 내정자의 여러 공유자들과 함께 개군면 토지를 구입한 후 인근 토지 개발로 땅값이 4∼5배 올랐다는 이른바 '기획 부동산'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아내가 매입한 땅은 1995년에 사촌 정모씨한테 사들여 그 자리에 주택을 신축한 곳"이라며 "법이 바뀌어 농업경영계획서가 필요한 2004년 뒤늦게 등기 이전을 하려다 보니 계획서를 충실하게 작성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기획부동산 의혹에 대해서는 "(임야를 함께 취득한 이들은) '참우리'라는 동회회 회원인데 회비도 쌓이고 해서 소위 '참우리랜드'라는, 동호인끼리 같이 생활할 수 있는 땅을 물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신교동 빌라의 전세 보증금 중 2억원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른바 '스폰서' 의혹에 대해서는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보증금 5000만원, 농협 저축 계약 만료에 따른 1억1000만원, 배우자의 저축 3000만원, 신한은행에서 빌린 1억원, 사인간 채무 1억9000만원 등으로 5억원의 전세금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정 내정자가 2004년 성균관대 박사 학위 논문 '한국 정당의 민주화에 관한 연구 - 공직후보자 당내 경선을 중심으로'를 저술하면서 정모씨의 1998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을 일부 표절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정 내정자 측은 이와 관련, "최 의원은 2005년 한국행정학회 논문을 근거로 표절을 주장하지만 이는 박사 논문 작성 시점 이후 제시된 데다 건의안에 불과하다"며 "이를 근거로 표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 인사 청문 대상자인 정 내정자가 인사 검증의 주체인 국회 문방위 위원으로 소속돼 있어, 국회 본연의 견제와 감시의 의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중경, 탈세·자녀 등록금 국비 특혜 논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후 야당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자녀 등록금 국비지원 과정에서의 특혜, 부동산 투기·탈세 의혹 등을 집중 검증받을 전망이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최 내정자가 필리핀 대사로 재직하던 시절 현지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한국국제학교가 있었음에도 학비가 5배 높은 마닐라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 국고 2700여만원(2만4237달러)을 지원받았다고 지적했다.

최 내정자는 이에 대해 "교과부의 필리핀 재외한국학교는 아들의 입학시점 이후에 설립됐다"며 "학비 지원은 공무원수당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내정자는 부동산 임대 수익을 축소·누락해 세금을 탈루하고 개발 직전의 땅을 사서 큰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최 내정자의 부인 김모씨가 1994년 1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서 오피스텔의 면적을 실제보다 작게 신고해 세금을 내지 않았고 1988년 9월 부용공단이 조성될 예정이던 충북 청원군 부용면 금호리 임야를 사서 4년만에 6배 가량의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내정자는 이에 대해 "오피스텔은 처음부터 먼 친척이 관리해와서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금호리 땅은 처가의 선산을 조성할 목적으로 배우자와 배우자의 언니가 함께 구입한 것으로, 개발계획을 전혀 모르고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최 내정자는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 등 3건의 부동산으로 3억7500만원의 임대수입을 올렸으면서도 임대계약서를 비롯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임대 수입을 누락하거나 재산을 축소 신고한 사실이 없다"며 "임대소득이라고 지적된 3억7500만원은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최 내정자의 부인과 장인이 정부의 토지개발 계획을 사전에 입수,1988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대전 유성구 내 농지를 매입해 2010년 15배가 넘는 시세 차익을 봤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 내정자측은 이에 대해서도 "투기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청문회에 한나라당은 특히 최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안상수 대표 차남 부정입학 의혹제기가 허위로 드러남에 따라 청문회에서도 `민주당의 의혹제기는 근거없는 폭로정치'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병국, 최중경 장관 내정자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병역기피와 관련돼 있으며 박한철 내정자도 검찰 재직시 시국사건을 지휘한 경력 등으로 부적격하다며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두 장관 후보자도 `4대 불법과목' 이수자로 드러나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재확인됐다"면서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을 싸잡아 `묻지마 폭로'로 비난하는 것은 잘못으로, 우리는 끝까지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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