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풍산, 애니골역입니다.”

새로 생긴 경의선 전철을 타고 가다 보면 이런 안내방송이 나온다. 애니골이란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80년대 그 유명한 백마역 카페촌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과거 백마역 주변은 대표적인 젊은이의 거리였다. 서울역이나 신촌역에서 기차를 타고 백마역에 내리면 바로 카페촌이었다. 통키타 선율에 젖기도 하고 막걸리 한사발로 추억을 만들곤 했다.

애니골은 그런 백마촌이 90년대 초반 신도시 개발에 밀려 약 2km가량 떨어진 풍동으로 옮겨오면서 형성된 곳이다. 애니골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풍동의 옛 지명인 애현마을에서 유래한다. 옛 어른들은 애현마을을 애현골이라고도 불렀는데 다시 현재의 애니골이 되었다고 한다.

초창기 애니골은 몇몇 대형 라이브카페가 옮겨온 정도였는데 하나 둘 늘어나 최근에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춘 80여개의 대형 음식점들이 들어선 거대한 먹거리촌으로 변모했다. 그 옛날 학사주점의 대표 음식들인 막걸리와 도토리묵, 파전은 물론이고 장어, 오리구이, 생선회, 한정식 등 없는 게 없다. 라이브카페, 라이브레스토랑이 있어 노래도 즐길 수 있고, 야외수영장, 골프연습장, 테니스장 등 스포츠체육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온 세대가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레저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경의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애니골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도에서 애니골을 음식·문화 시범거리로 지정했고, 코레일에서도 풍산역에 부기역명을 달아서 애니골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선현 코레일 광역영업 팀장은 “애니골 말고도 경의선을 따라가다보면 DMC역의 상암월드컵 경기장, 수색역 인근의 하늘공원, 화전역의 항공우주 박물관에서부터 금촌역의 농경유물 전시관, 월롱역 주변의 파주 덕은리 주거지·지석묘군, 문산역의 반구정과 황희정승 영당까지 볼거리와 놀거리, 즐길거리가 많다”며 “경의선 전철 근처에 산재한 문화관광지를 더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숨은 코스를 개발하고 지자체와도 협의해 연계교통 편의를 확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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