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람중심의 옷에서 반려동물도 함께해야...”

반려패션 케이퍼여 여승화 씨 (사진=신현지 기자)
반려패션의 '케이퍼여' 여승화 씨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이른바 ‘펫팸’(Pet+Family)족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반려산업이 유통가를 선두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애완동물의료, 미용, 사료 및 식품, 의류 및 용품 등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가 2020년에는 6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주인과 반려견이 함께 연출할 수 있는 커플룩이 반려인들 사이에 크게 주목을 끌면서 반려산업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 ‘사람중심의 옷에 반려동물도 함께해야 한다’는 철학을 모토로 반려견 패션 창업에 도전장을 던진 ‘케이퍼여’가 2019 케이캣페어에서 새롭게 부상해 본지는 케이퍼여의 여승화 씨와 자리를 함께 했다.

 “우리 아이를 처음 본 날, 난 지금도 그날 우리 우롱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2015년, 반려견 우롱이와의 첫 만남에서 우롱이의 눈빛에 끌려 운명처럼 그 아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운을 떼는 여승화씨는 지금의 반려패션 사업의 계기가 바로 자신의 반련견 때문이었다고 한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면 아마도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강아지가 아닌 자식을 하나 키우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러니 아무도 없는 집에 우롱이를 혼자 놔두고 일을 나오면 마치 갓난아기를 혼자 놔두고 나온 것처럼 불안해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우롱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을 심각하게 고민했고 그 일이 지금의 반려패션사업이 된 것이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건국대 학점은행제에서 의상학 강의를 하고 있는 여 씨는 평소에도 직접 우롱이의 옷을 만들어 입히는 것은 물론 주위 지인들에게 반려견 옷 선물을 했던 만큼 반려패션에 대한 도전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단다. 더욱이 의상학 강의에서 마케팅까지 수업의 연장이었기에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한 마케팅과 판로 개척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단다.

케이퍼여 브랜드를 완성하기까지 작업실에서 반려견이 모델로 함께 활동
케이퍼여 브랜드를 완성하기까지 작업실에서 반려견 우롱이와 함께 하는 여승화 씨 (사진=신현지 기자)

반려패션, 자신감만으로 쉽게 덤빌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렇지만 반려패션 창업이 누구나 쉽게 덤빌 수 있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었단다.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단다.

“의상학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반려패션에 뛰어드는 건 솔직히 그 일의 연장선으로 경험 없는 일반인들보다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에 의욕이 앞섰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에 첫 시작부터 제품 생산에 욕심을 냈던 게 무리였다. 내가 디자인하고 패턴을 떠 봉재공장에 넘겼는데 박음질 과정에서 내가 의도한 대로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내 디자인이 유출되는 불상사가 나오고 또 박음질을 공장에 맡기다 보니 거기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에 다양한 제품 생산도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창업 초기에 마음고생이 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케이퍼여  모든 공정을 혼자 다 한다. 소재 선택에서 디자인, 패턴, 봉재. 마케팅까지. 아니 우롱이와 같이 한다고 해야 맞겠다.

우롱이가 모델은 물론 마케팅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학교 강의가 없는 날은 항상 우롱이와 함께 작업실로 나온다. 케이퍼여 브랜드 특허를 낸지 지금 2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우롱이가 모든 옷의 모델을 해 지금은 카메라만 들여대면 지가 알아서 포즈를 척척 취해준다.”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해야...반려패션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 씨는 자신의 우롱이가 말만 하지 못 할 뿐이지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을 가진 아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눈빛만 보고도 강의를 나가는 날인지 작업실로 나가는 날인지 척척 알아서 움직여 주는 우롱이가 자신의 늦둥이 같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자신은 늘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고.

물론 그도 처음부터 강아지와의 교감은 쉽지 않았단다.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강아지와 교감이 이루어지고 강아지 입장이 되어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처럼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보니 그의 브랜드 역시도 그 입장에서 생각해서 만들게 되더라고.

“강아지들은 생각보다 피부가 약하다. 때문에 부드럽고 통풍이 잘 되고 신축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해야만 한다. 그래서 난 커플룩을 만들 때 대부분 순면 소재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또 강아지들의 활동성을 감안한 디자인으로 특별한 날에만 입는 이벤트성 커플룩과는 다른 것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연출하는 데일리룩에 애정과 교감 깊어져

엄마와 아이가 일상에서 편하게 입는 데일리룩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 때문인지 옷을 거부하던 강아지들도 거부감 없이 입게 되고 또 한 번 구매한 고객은 다시 찾아 주고 있다. 지난 2019 케이캣페어에서도 이런 점에 많은 반려인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다" 

강아지들이 꼭 옷을 입어야 되느냐는 질문에는 문득 눈빛이 싸늘해지며 안타깝다는 표정이다. “이중모가 아닌 단일모 애들은 추위에 무척 약하다. 겨울에 밖에 나가면 바들바들 떠는 아이들을 볼 때면 솔직히 마음이 쓰인다.

아이들이 실내에서 키워지다보니 추위를 많이 타게 됐다. 그러니 가능하면 옷을 입혀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번쯤은 주인과 반려견이 커플룩으로 연출해보라 권유하고 싶다. 그럼 강아지와의 교감은 물론  애정이 한층 깊어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니"  

반려패션 창업에 스스로도 대견하고 잘했다고 느낄 때는 자신의 브랜드를 입고 있는 강아지들을 발견할 때라고 한다.

“강아지들이 내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면 정말 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다. 얼마 전에는 24년 된 노망견의 견주가 작업실로 찾아와 그 아이에게 내 옷을 입혀주는데 정말 그때 감동이었다. 생을 마감하기 전 내 옷을 입고 행복해하는 모습. 그런 모습은 이일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우롱이와 24시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이 일 선택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사람중심의 옷에 강아지들 옷을 함께 만들어내는 커이퍼여의 브랜드를 확장할 것이며 또한 대학에서도 이 같은 창업 취지를 접목해 교수로서도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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