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사 국제선 노선이 대부분 운항 중단된 결과 항공사들의 지난달 운항편수와 여객수 모두 전년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선의 감소폭이 커지고 있고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항공사 경영난이 쉽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폐업' 위기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항공사들이 저마다 자구책을 강구 중인 가운데 대한항공은 운휴 중인 노선을 대상으로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운항하는 ‘역발상’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여파로 2월 항공승객 수 전년 같은 기간 ‘절반’

16일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공항 국내선 및 국제선 이용 여객 수는 705만943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1245만4255명) 대비 43.3%줄어든 숫자다. 항공운항편수 역시 지난해 2월(7만105대)에 비해 16.4% 줄어든 5만8635대를 기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여객수는 139만9105명으로 전년대비(241만984명) 41.9% 줄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6개사는 54.86% 감소한 178만4259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항공사들의 여객수가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도 텅텅 비고 있다. 특히 김포공항의 경우 지난 12일과 13일 연속 국제선 이·착륙 수가 ‘제로’를 기록했고, 인천공항도 13일 승객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같이 항공승객 수와 항공운항편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15일 오후 10시 기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곳은 모두 138개 국가·지역으로 전날보다 6곳이 늘었다.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국인 라트비아가 입국금지국으로 새로 이름을 올렸고, 노르웨이와 에콰도르, 에스토니아 등은 당초 의무적 자가격리국이었지만 입국금지로 규제를 강화했다.

여기에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로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취항 30년 만에 전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대한항공은 인천~나리타 노선만 운항한다. 제주항공은 10개 노선 중 2개 노선만 남겨두기로 했다. 또 진에어는 이날부터 5개 전 노선을 잠정 중단했다.

이 밖에도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은 일본 노선 비운항으로 국제선 노선이 없어졌다.

코로나19 여파는 대형항공사의 장거리 노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매출액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미주 노선을 감편하거나 운항 중단을 결정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유럽노선을 축소했다.

하늘길이 막히자 운항하지 않는 항공기를 세워두는 주기장은 가득 찼고 항공사들의 손실만 키우고 있다. 인천공항은 비행기 최대이륙중량(톤수)을 기준으로 30분 단위로 주기장 사용료를 부과한다.

이에 각 항공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위기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비용절감에 나섰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하거나 임원진 임금 반납하고 단축근무를 시행하는 등을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의 조종사들은 무급휴가에 돌입한 곳도 있다.

이런 항공사들의 자구책에도 경영난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7일 항공 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LCC에 대해 산업은행의 대출심사절차를 거쳐 최대 3000억원 내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6개 LCC 사장단은 지난달 28일 공동 건의문을 내고 무담보·장기 저리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국제선 노선운항 중단으로 갈수록 승객이 줄고있어 항공사들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크게 줄었다. (사진=중앙뉴스DB)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크게 줄었다. (사진=중앙뉴스DB)

“승객 없으니 여객기를 화물기로” 대한항공의 역발상

‘코로나19’인한 노선 운휴 및 감편으로 여객기가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대한항공은 운휴 중인 노선을 대상으로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운항한다고 15일 밝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전세적인 확산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역발상’ 카드를 제시했다.
 
조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의 한국 출발 승객들의 입국 제한으로 대한항공은 3월 13일 현재 총 124개 노선 중 89개가 운휴 상태다. 또한 수요 감소로 인한 잇따른 감편으로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평소 대비 86% 줄어들었다. 여객기가 발이 묶임에 따라 여객기를 통한 화물 수송도 크게 감소한 상태다.
 
이에 조원태 회장은 수출입 기업들의 원활한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여객기 활용으로 공항 주기로 감면 등 비용절감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위해 여객기를 이용한 화물 수송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우선 지난 3월 3일부로 운휴인 베트남 호찌민에 지난 3월 13일부터 20여톤의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A330-300 여객기를 투입해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긴급 물량과 한국발 농산물 등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지난 2월 25일 부터 여객기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칭다오에는 3월 21일부터 여객기를 투입해 화물을 수송하는 등 대상 지역과 품목을 지속 넓혀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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