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파문' 21일 만에 기자회견..."자식에 경영권 안 물려주겠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남양유업이 자사 제품을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이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자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사진=연합)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사진=연합)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앞서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지만 제품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가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됐고, 급기야 관계당국의 고발과 영업정지 조치까지 잇따라 나오면서 또다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더이상 이번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홍 회장이 직접 나선 것,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홍 회장은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또 "2013년 회사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파문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하며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자신이 많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경영권의 대물림에 대해서 단호하게 밝히며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이 이렇게 강도높게 경영권까지 언급한 것은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가 이번 사태에 당사자라는 것과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을 다시 한번 믿어 주시고 성원해 주기를 바란다"며 거듭 머리를 숙였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도 전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밝혔다.

한편  홍 회장의 이번 사과와 사퇴 발표는 '불가리스 사태'가 일어난 지 21일 만이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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