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임원혁 시인
사진 / 임원혁 시인

 

아버지의 밥상

임원혁

 

아버지의 가난은 과묵했다

먹고 사는 일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낡은 등에 짊어진 새벽과

깊은 주름을 안고 귀가하는 밤

계절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모르는

골목길 외등은 희미했다

밥통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저녁

당신을 닮은 신김치와 마른멸치 밥상

나는 무엇으로 살아왔나

뼈와 살을 알뜰하게 발라 먹고

숟가락에 비친 아버지도 먹었다

뇌출혈로 쓰러진 저녁까지

당신의 모든 것을 먹었다

병실에서 허공을 향해 손짓 하던 말

아 훼 우 에버......

밥은 먹고 왔냐고 묻는 것 같다

 

저 배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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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이어져 내려온 끈 하나가 있다면 모성과 부성의 질긴 끈일 것이다. 어머니에 관한 시보다 아버지에 관한 시는 비교적 많지는 않은데 모처럼 가슴에 스며든 한 편의 시, 그 옛날 가난했던 우리네 아버지 밥상 같이 아린 울림을 주는 시다. 현란한 기교가 없어도 위 시가 주는 잔잔한 깊이는 음미해 볼수록 내 불효의 깊이와 비례하듯 깊다. 부성애의 대명사 가시고기 같은 아버지! 가장의 멍에에 한 평생 메여 살아온 가난한 어느 아버지의 일생이 아리게 그려진다. 화자가 병상의 아버지를 보며 느꼈을 뼈가 저린 통증이 전이되어 온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왔는가? 오늘도 세 끼 밥을 먹고 때로는 헛웃음 웃기도 하고 소리치기도 하며 밥벌이를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이런 에너지의 끈이 바로 아버지 어머니의 피눈물과 뜨거운 염원이 내 안에 숨 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식이란 존재들은 아버지 앞에선 언제나 배가 고픈 것일까? 아버지 그리우니 나 역시 배가 고파진다. 오늘도 하늘나라에서 못난 자식들 내려다보며 밥 잘 먹고 튼튼하기를 간절하게 기도하고 계실 우리 아버지를 먹먹히 불러본다. 가시에 한 점 남은 마지막 살점마저 뜯어먹는 가시고기 새끼의 새끼의 새끼들... 그 길을 가는 당신과 나는 어떤 아버지 어머니로 훗날에 그려질 것인가?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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