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주52시간 시행 앞두고, 추가적 계도 기간 더 허용해 줄 것 요구
정부 "대부분 준비 완료"...주52시간 근무제 전면 시행은 위기 아닌 기회
[중앙뉴스=윤장섭 기자]다음 달부터 5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주 52시간제 근무가 적용되면서 이번 기회를 계기로 주 52시간제 근무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경제단체들은 중소기업 가운데 준비되지 않은 곳들이 아직 많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회사 대부분이 이미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하고 예정대로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기로 체감하는 기업들이 많은 가운데 직원수 100여명인 한 중소기업(염색 업종)은 이미 주 52시간 근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 실정을 토로했다. 특히 대표적인 3D업종인 염색 업종은 젊은층이 기피하기 때문에 "주 52시간제의 해답은 외국인 근로자 밖에 없다"고 밝힌 뒤, "주 52시간제의 적용으로 기업과 국내 근로자 모두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도 50인 미만의 소기업들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며, 정부는 추가적인 계도 기간을 더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다음달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 14일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50인 미만 기업의 44%가 아직 주 52시간제 도입에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며, "정부는 1년 이상의 계도 기간을 더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 경영이 더 어려워 졌고, 이에 중소기업들로서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영계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정부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덧붙여서 경영계는 주 52시간제가 되면 근로자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특근 수당이 많은 조선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평균 임금이 10년전으로 되돌아갔다"며 "많은 근로자들이 투잡(two job)을 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것은 ①50인 미만 영세 기업에게는 별도의 계도 기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 ②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하라는 것, ③8시간 추가 연장근로 제도를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라는 것, ④현행 주 12시간까지 허용된 연장 근로를 일본처럼 최대 월 100시간, 연 720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벤처기업들의 입장도 일반 중소기업들과 입장은 별반 차이가 없다. "벤처기업의 90% 이상이 50인 미만 소규모 업체로,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 R&D 및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전문 분야에 적합한 신기술 및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영계가 준비부족과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추가적인 계도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단호한 입장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주 52시간제가 도입된지 1년 9개월이 지났는데, 추가적인 계도 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즉각 시행을 주장했다.
한편 경영계와 달리 "정부는 다음달부터 5~49인 사업체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고치기 위한 52시간제를 도입한 뒤 고용 규모별로 3년 넘게 충분히 유예해줬다"면서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덧붙여서 시행 대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대부분 준비가 완료됐다고도 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의뢰해 50인 미만 5인 이상 기업 천3백 곳을 조사한 결과 다음 달부터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곳은 93%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57시간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의 평균보다 3백 시간 넘게 길고, 멕시코와 칠레 다음으로 한국 근로자들이 오래 일을 한다"며, 이제는 주52시간제가 폭넓게 뿌리내릴 때가 됐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도 지난 28일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시행에 맞춰 중소기업의 대응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중소기업의 주52시간 근무제 전면 시행은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