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타이틀 두고 경쟁 치열                                     
중국, 면세점 ‘기간산업’으로 육성
‘수출산업’으로 인식 전환도 필요 

중국 공세 속 흔들리는 세계 1위 한국 면세 시장에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김상미 기자)
중국 공세 속 흔들리는 세계 1위 한국 면세 시장에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김상미 기자)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한국과 중국이 ‘세계 1위 면세 시장’ 타이틀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에 중국 공세 속 흔들리는 세계 1위 한국 면세 시장에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면세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한국 조선업 규모와 맞먹는 24조8586억원 매출을 내며 전 세계 면세 시장의 25.6%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1위 시장으로 1980년 롯데면세점이 한국에 처음 면세점을 오픈한 후 한국 면세점이 40여년간 스위스의 듀프리, 미국의 DFS, 프랑스의 라가르데르와 같은 글로벌 전통의 면세점과 경쟁하며 만들어 낸 결과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중국 정부의 면세 굴기 앞에 한국 면세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中, 면세점 ‘기간산업’으로 육성…하이난 섬 중심으로 면세 굴기 나서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CDFG가 처음으로 세계 상위 면세 10개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그 뒤로 2019년 4위로 성큼 올라서더니, 1년 만에 줄곧 세계 1위 면세점 자리에 있던 스위스 듀프리를 제치고 1위 면세점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불과 4년 만의 일이다.

중국은 2019년 면세품 소비 촉진 계획을 발표한 후 본격적으로 하이난 섬을 중심으로 자국 면세점 육성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2월부터 하늘 길이 막히자 세계 면세 시장은 얼어붙었다. 

그러나 중국은 업계의 위기를 틈타 하이난을 면세 특구로 키우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대대적인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한 명당 면세 쇼핑 한도를 기존 3만 위안(약 5백만 원)에서 10만 위안(약 1천 8백만 원)까지 상향 조정했고, 8천 위안이었던 단일품목에 대한 면세쇼핑 한도는 폐지됐다. 

또한, 하이난 방문 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휴대폰, 컴퓨터, 주류, 시계 등이 면세품목에 새롭게 추가되었다.

그 결과 CDFG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유일하게 2020년 매출액이 증가하며 전년 대비 8% 성장한 반면, 듀프리는 매출 70%가 급감했고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세계 면세점 2위와 3위 자리를 지켰으나 각각 –32.6%, –33.8% 역신장했다. 

국내외 많은 면세업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모든 면세점이 역신장할 동안 중국 하이난 시장만이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예전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물량 공세로 조선업을 키웠듯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2020년 7월 중국 재무부의 하이난 면세품 구매 관련 규제 완화 조치 이후 매출이 급격히 뛰었다.

@ ‘수출산업’으로 면세점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정부 지원 절실”

지난 6월 10일 열린 ‘국내 면세점 산업의 변화와 과제’ 국회 포럼에 사전 녹화 영상으로 발표를 진행한 글로벌 면세전문지 ‘무디다빗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 역시도 세계 1위의 한국 면세산업이 지난 40여 년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을 지켜내고 더 나아가 키우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무디 회장은 “중국 면세 산업은 중앙 및 지방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는 동북아시아 여행소매업의 역학관계에 큰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라며 “글로벌 면세산업 변화의 기로에서 한국은 생존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할 수 있는 지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숨통 틔우기’ 식의 임시방편형 대책을 내놓고 있는 한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 전 관세청은 무착륙관광비행 시행에 대해 “무착륙 관광 비행이 코로나19로 위축된 항공·면세업계의 위기 극복을 견인하고 있다”고 홍보했으나, 현장의 목소리는 실질적으로 큰 보탬이 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결국엔 현재 업계의 위기와 면세산업을 어떻게 보는지 결국 관점 차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면세산업을 내수 중심의 백화점, 슈퍼 등 유통업보다는 조선, 반도체, 자동차 산업과 같은 수출 산업이자,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기여하는 관광산업으로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 면세 산업 매출액 약 25조원은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조선업 수주액(223억 달러)과 비슷한 규모이다.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입찰을 앞두고 정부는 면세점 육성 정책보다는 한국 면세점 사이의 지나친 출혈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규제에 더 집중했다. 특허기간 5년과 갱신횟수 제한(대기업 1회, 중소중견 2회) 제도 도입 취지는 기존 면세점의 시장 독식 제한과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촉진이 목적이었으나, 지난 1년 반 동안 국내 면세시장의 ‘연쇄 엑소더스'만 보더라도 중소·중견, 대기업 할 것 없이 현재 한국 면세점이 큰 위기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한국 면세점들의 안정적인 운영과 장기적인 관점의 사업투자를 저해하고 글로벌 브랜드 유치와 가격협상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루이비통의 한국 시내면세점 7곳 전점 철수 통보는 현재 한국과 중국 면세점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슈다. 루이비통 본사의 명분은 글로벌 전략 수정으로 시내면세점 대신 공항 면세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지만, 2022년까지 중국 공항면세점 6개점 오픈 계획에서 엿볼 수 있듯이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면세산업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규제와 제한보다는 한국 면세점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육성과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입을 모은다.
 

* 한국면세시장 타임라인 (2020년 ~)

(20년 1월) 시티면세점 특허권 반납 결정
(20년 3월) SM면세점 특허권 반납 결정
(20년 4월) 제주관광공사 특허권 반납 결정
(20년 7월) 시티∙SM면세점인천공항 T1 출국장면세점 영업 연장 포기
(20년 7월) SM면세점 인천공항 T1 입국장면세점&T2 출국장면세점 계약해지 통보 공문발송
(20년 2~10월) 인천공항 T1 4기 면세점 3연속 유찰 
(21년 4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특허권 반납 결정, 7월 철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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