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지난 7월22일 올해 장마의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6월10일부터 시작된 장마는 7월17일까지 평균 589.5밀리미터의 강우량을 기록해, 1973년 이후 역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비를 뿌렸다.

이번 장마때 내린 비는 예년 평균(249밀리미터)의 2.3배 이상 많았다. 또 연간 평균 강우량 1200밀리미터와 비교해 보면 1년에 내릴 비의 절반 가까이가 이 짧은 기간 동안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홍수피해의 위험은 높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정작 4대강에서 강물 범람으로 인한 농경지·가옥 침수 등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사상 유래 없는 많은 비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은 “4대강에서 진행된 준설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준설로 인해 강바닥이 깊어지면서 홍수위 수위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같은 비가 내려도 농경지나 가옥이 침수될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마를 넘긴 경남 합천군 덕곡면 합천보. 장마기간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던 합천보 인근에서는 차분하게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실제 홍수예방효과를 분석한 결과, 똑같은 유량이 흐를 때 한강(여주)은 2.54미터, 낙동강(상주) 3.78미터, 금강(연기) 3.36미터, 영산강(나주)도 2.13미터 가량 홍수위가 낮아졌다. 4대강 본류의 홍수위가 이처럼 낮아짐에 따라 본류에 연결되는 지류의 홍수위도 함께 낮아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한강의 지류인 섬강은 약 0.5미터, 낙동강 지류인 황강은 약 1.3미터,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은 약 0.5미터, 양산강 지류 황룡강은 약 0.6미터 가량 홍수위가 낮아졌다.

4대강 준설의 효과는 현지 지역주민들의 반응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강별 지역주민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7월18일 공개했다.

한강

한강살리기 구역인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에 사는 장인권씨는 “여기 주변 주민들은 홍수 피해를 많이 당했었다. 재작년에는 도로까지 잠겨서 차량을 통제한 적도 있었다”면서, “지금은 피해같은 것은 농민들에게 직접 와닿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4대강살리기사업에 대해 주위 사람들은 점점 호응도가 높아지는 추세이지 반대는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주군 대신면 당남리 송경희씨는 “예전에는 홍수에 대해 불안함도 많았고, 강이 마을을 덤친 적도 있어서 피해가 많았다”며, 하지만 “4대강살리기사업을 하고 나서부터는 피해는 찾을 수가 없다. 홍수 때문에 걱정이나 불안감을 갖는 일은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낙동강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 장곡리에 사는 허대철씨는 “예전에는 비가 많이 오면 침수가 돼서 배수펌프를 통해 물을 빼내곤 했다”며 “4대강살리기사업을 하면서부터는 홍수위가 1미터 정도 낮아져 물이 역류를 안하고 빠져나갈 공간이 생겨 침수가 된 곳이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창녕군 도천면 송진리의 취귀현씨는 “4대강살리기사업 전에는 비가 많이 오면 하천부지가 침수가 되곤 했는데, 준설을 하니 유수가 빨라져 침수가 많이 안되고 물빠짐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4대강살리기사업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는 100% 반대였다면, 지금은 80%는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경상남도 김해시 생림면 마사리의 김명수씨는 “강가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이 비에 물이 어느 정도는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년보다 수위가 상당히 낮아졌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또 “예전에는 농사를 10년 지으면 2~3년 제대로 되고 나머지는 수해로 농사를 망쳤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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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전라남도 나주시 다시면 신석리에 사는 최병권씨는 “장마가 시작되고 주민들이 처음에 엄청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장마가 끝나가는 지금 피해가 하나도 없다”며 “이번 결과로 봐서 ‘영산강 복원을 잘 하고 있구나’ 하며 주민들이나 농민들 호응이 좋다”고 전했다.

나주시 삼영동 김창원씨는 “재작년에 200년 빈도의 비가 7월초와 중순에 걸쳐 두 차례나 와 한 달에 두 번이나 침수된 적이 있었다”면서, “예년 같으면 긴장을 했을 텐데 올해는 예년 처럼 수의가 올라오지 않아 아무 걱정을 안했다. 예년에 비해 수위가 1미터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강

충청남도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의 박두순씨는 “올해 많은 비가 왔는데, 강바닥이 얕아져서 침수피해가 없었다고 본다”며 “모래를 파서 하천이 얕아졌기 때문에 물이 빨리 빠져서 침수될 자리가 침수가 덜 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연기군 남면 양화리의 엄홍철씨는 “봄에 모내기할 때 굉장히 가물었는데, 그때 보를 설치한 덕분에 양수를 원만하게 할 수 있었고 가뭄피해가 없었다”며 “또 이번 장마 때도 다른 지역에는 많은 비로 인해 큰 피해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우리 금강지역 남면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큰 비로 4대강에 아무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주지역의 제방이 많은 비로 인해 유실됐고, 한강 강천보의 임시물막이 시설이 일부 유실됐다. 이와 관련 심명필 본부장은 “공사현장의 일부 피해는 있었지만, 이러한 것이 주민들의 피해나 재산상 손해를 주는 침수피해는 아니었다”며 “이번 장마에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고, 작은 피해는 신속히 복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철 호남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임시 물막이나 공사용 가설도로 등의 시설물 피해는 일종의 예측할 수 있는 피해라고 본다”며 “4대강살리기의 치수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4대강 준설사업은 이번 장마의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도 홍수위를 낮춰 큰 홍수 피해를 막아 준 일등공신이다. 준설은 지난 7월7일 기준으로 4대강에서 모두 4억2900만 세제곱미터의 퇴적토를 걷어내 전체 준설 목표(4억5600만 세제곱미터)의 94퍼센트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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