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가을이 온다기에 가만가만 마중 온 바닷가.
철지난 한적한 바닷가에 나란히 앉은 엄마와 아이가 먼저 나와 정답다. 도란도란 무슨 얘기가 저리도 정다운 것일까. 파아란 수평선 너머의 바다 속 인어공주의 노래일까.
흰구름 너머 소혹성 어디엔가 있을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일까. 소곤소곤 정다운 그들 주위로 펼쳐진 가을바다가 눈부시게 푸르다.
그리고 또 있다. 바다를 닮은 어린 오누이.
감성꾼 누군가 해안가에 내놓은 피아노 앞에 다정한 오누이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연주회는 시작되지 않는다.
동생은 마치 “오빠야, 엄마 앞에서 짝짝꿍, 아빠 앞에서 짝짝꿍~”을 주문이라도 하듯 재촉하는 눈빛이지만 정작 피아노 앞에 앉은 오빠는 건반 위 제 손가락만 내려다보고 있다.
아마도 나들이객 시선이 당혹스럽기만 한 모양이다. 그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가을 나들이객은 아예 그들 오누이 앞으로 털석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 역시 바닷가로 가을마중 오길 잘했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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