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이사장
박근종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기고=박근종 이사장]지난 9월 23일 정부와 한국전력은 인상된 연료비용을 반영해 10월부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데 이어, 9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에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요구했고, 적자가 예상되는 철도를 비롯하여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도 오를 전망이며, 상하수도 요금 및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등 지방 공공요금도 잇따라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활물가 급등이 우려된다.

그야말로 연말 물가 관리에 적색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공공요금은 그동안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낮은 오름폭으로 통제돼 물가를 상대적으로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으나, 누적된 손실로 강한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공공요금의 연쇄적인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하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1.8%는 올 8월에 이미 2.0%를 기록하고 있어 12월 말에는 이를 훌쩍 뛰어넘어 2%대 이상으로 치솟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월 21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OECD Interim Economic Outlook)’을 통해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2.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OECD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지만 4개월 만에 전망치를 0.4%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 9월 22일 올해 한국의 물가가 2% 상승할 것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올해 7월 전망치 1.8%에서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물가상승 추세라면 OECD 전망이나 ADB 예상이 맞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2021년 물가상승률은 2012년 물가상승률 2.2%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올라서게 된다.

물가는 이미 고공행진 중에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일 발표한 ‘2021년 8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보면, 2021년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100)로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2.6% 각각 상승했다. 지난 4월 2.3% 상승한 이후 5개월째 2%대 오름폭을 기록한 것이다. 생활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8%, 전년 동월 대비 3.4% 각각 상승했다. 식품은 전월 대비 1.7%, 전년 동월 대비 4.2% 각각 상승했고, 식품 이외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3.0% 각각 상승했으며, 전 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3.1% 각각 상승했다.

4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3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약 8년만으로, 4인 가구 평균 사용량 350kWh의 경우 매달 약 5만4,000원에서 5만5,050원으로 1,050원씩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 다른 공공요금도 줄줄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7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을 11.2%, 일반용 요금을 12.7% 인하한 뒤 15개월째 동결해온 주택용 도시가스가 4분기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재정부에 도시가스 원료비 인상을 빌미로 요금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원료비는 도시가스 요금의 80%를 차지하는데 도시가스의 원료인 LNG 가격은 미국의 허리케인 여파와 겨울철 수요 증가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9월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은 11.01% 오른 5.7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2월 이후 최고치다. 동북아 지역 LNG 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 | 한국과 일본 현물시장)도 지난해 7월 말 100만BTU(열량 단위)당 2.56달러에서 지난 9월 24일 27.49달러로 10배 넘게 올랐다. 더구나 한국가스공사의 원료비 미수금은 현재 1조원에 이르는데, 연말까지는 미수금이 1조5,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료비 미수금은 가스공사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LNG의 국제 가격이 급등해 더는 요금 인상을 억누르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통요금 인상도 크게 압박받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11년 2.93% 인상 이후 10년간 동결된 철도운임 인상과 공익서비스 의무(PSO) 보상 현실화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승객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철도공사는 작년 1조3,427억원의 적자에 이어 올해도 1조1,779억원 결손이 예상된다. 한국도로공사도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4월 4.7% 인상된 이후 6년째 동결됐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등의 인상 요인도 많다.

게다가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나타내는 양상이다. 수요 증가와 공급망 차질로 알루미늄·구리·니켈·아연 등 산업 금속 가격도 큰 폭 상승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와 뉴욕상업거래소 기준으로 금년 들어 천연가스가 102.4%, WTI(서부텍사스원유) 52.5%, 알루미늄 47.8%, 구리 20.7%, 니켈 15.9% 뛰었다. 특히, 유가는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하면서 급등하고 있다. 지난 9월 26일 11월물 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47달러(1.99%) 오른 배럴당 75.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8년 10월 3일 이후 최고치다. 장중 79.52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배럴당 80달러 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 수입 물가도 더불어 치솟고 있다. 지난 8월 수입 물가지수는 120.79(2015=100)로 1년 전인 2020년에 비해 21.6%나 올랐다.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이는 공산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경제 현실인 셈이다.

이러한 작금의 경제 상황은 코로나19의 경제충격에 금융권의 대출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와 더불어 서민경제를 더욱 옥죄고 힘들게 하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리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서민 취약계층은 이중고 삼중고의 공통을 겪어야만 하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다행히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물가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추가 공공요금 인상 차단에 나섰다. 우유와 계란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품목의 가격이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투명하게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는 매주 금요일 열리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이례적으로 이틀이나 앞당겨 연 후 물가 안정 의지를 선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이억원 1차관은 오늘(9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어려운 물가 여건을 감안해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가스, 상하수도 등 여타 공공요금들도 덩달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조기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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