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자산 상속세 부담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 내놓은 ‘주요국의 상속세 부담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업상속을 가정한 비상장 중소기업 상속 시 국내 상속세 부담이 독일의 10.0배, 일본의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전혀 없었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피상속인이 10년간 영위한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 100억원을 포함, 50억원 가치의 개인기업과 현금성 자산 20억원 등 총 170억원을 배우자 및 자녀 2명에게 상속할 경우를 가정하고 주요국의 상속세액을 계산했다.

그 결과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 100억원에 대한 국내 상속세 부담은 25.2억원으로 독일 2.5억원의 10배, 일본 5.6억원의 4.5배에 달했으며, 영국은 부담세액이 전혀 없었다. 총 상속재산 170억원에 대한 상속세액 또한 우리나라 42.9억원, 독일 5.5억원, 일본 12.7억원, 영국 5.9억원으로 한국이 주요국들에 비해 3.4배~7.8배나 높았다.

대한상의는 이처럼 국내 상속세 부담이 주요 외국에 비해 과중한 원인으로 ’기업자산 상속 시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업’의 요건이 엄격하고,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 폭이 좁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1,500억원 이하 중견기업의 상속에 대해 상속재산의 40%를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주고 있는데, 가업 승계 후에는 10년 간 사업용 자산 80% 이상, 지분 100%를 유지해야 한다. 이에 더해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10년간 고용의 120% 유지 의무가 추가된다.

반면 독일의 경우 기업 규모나 가업 승계 전 사업영위기간에 관계없이 기업 자산 상속에 대해 상속세의 85~100%를 경감해주고 있다. 세제지원 폭은 가업 승계 이후 경영기간 및 고용 유지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업 승계 이후 5년간 지급한 임금합계액이 상속 당시 임금지급액의 400% 이상이면 상속세의 85%, 7년간 지급한 임금합계액이 상속 당시 임금지급액의 700% 이상이면 상속세의 100%를 경감해주고 있다.

일본은 비상장 중소기업 상속에 대해 비상장주식가액의 80%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상속 이후 5년간 고용의 8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사망할 때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기업 승계 전 사업영위기간은 따지지 않는다.

영국은 2년 이상 사용한 기업 자산 상속에 대해 폭넓은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데 비상장주식의 경우 100% 상속세를 면제하고 상장주식은 50%를 면제한다. 2년 사용 요건만 충족하면 기업 규모나 승계 전후 특별히 요구되는 조건이 없다.

대한상의는 보고서를 통해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 폭을 주요 외국 수준으로 대폭 확대할 것을 건의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축적된 경영노하우와 독자적 고유 기술이 승계되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가업승계 전 사업영위기간 요건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가업상속공제율을 가업승계 이후 고용유지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 최대 100%까지 공제율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또한 대한상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 장수기업 탄생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4년 째 국회 계류 중인 정부의 상속세율 인하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도 주문했다.

국내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일본과는 동일하지만 독일 30%, 영국 40%에 비해 높은 편이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도 30억원 초과로 독일의 402억원(26백만 유로), 일본의 40억원(3억엔) 등에 비해 엄격하다. 다만 영국은 전구간에 대해 상속세율 40%를 적용하고 있다.

상의는 우리나라와 상속세율이 50%로 동일했던 대만은 2009년부터 10%로, 미국은 올해부터 35%로 상속세율을 인하했다며 상속세율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은 부의 대물림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최근 우리나라도 가업상속공제율을 높이고 적용대상을 넓히는 등 꾸준히 조세환경을 개선해왔지만 경쟁력 있는 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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