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외환은행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유죄에 따른 후속조치인 강제매각 명령 범주에 포함해 조만간 인수 승인 등 절차를 밟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론스타의 유죄 선고에 대한 불복 가능성, 외환은행 주가 하락에 따른 과다 프리미엄 논란,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들의 반발 등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순조로울 거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당국, 하나금융 인수 승인하나

6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조경란 부장판사)는 이날 외환은행 합병 당시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개인와 법인이 같이 처벌받는 양벌 규정에 따라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 소유를 위해 설립한 법인인 LSF-KEB홀딩스SCA도 벌금 250억원을 선고받았다.

론스타에 대한 선고가 나오면서 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안건을 다시 다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당국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문제를 함께 취급하고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오는 1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이 안건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나 금융위 관계자는 "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정은 현재로서 확정하기 곤란한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과 금융관련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이날 "(론스타에)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도록 명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론스타가 금융위의 적격성 충족명령을 받게될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주식 51.02% 가운데 한도초과보유 주식 41.02%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는 또 "판결 내용을 감안하면 론스타는 은행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론스타가 정부의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금융위는 론스타가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41.02%에 대해선 처분명령을 내리게 된다.

금융위는 "주식처분 명령시 처분 방식에 대해선 법리 검토와 함께 금융위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처분 방식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당국이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주식매매계약도 처분으로 인정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가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주장해온 `징벌적 매각명령'이 법률적으로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나온다.

◇재상고 가능성, 주가하락..변수도 복잡해져

론스타는 금융위로부터 적격성 충족명령을 받게 되는 순간부터 배당 권한을 비롯한 외환은행 경영권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시간 벌기' 차원에서라도 대법원에 재상고할 거라는 전망이 있다. 재상고 시한은 선고일로부터 일주일이다.

재상고하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다시 법적 불확실성이 끼어들게 돼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인수 안건을 다루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유죄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가면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활동하는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론스타가 어떤 방법으로든 법적 구제책을 찾으려 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상고해도 유죄를 받으면 국제 재판 등 다른 대안을 찾아 경영권을 잃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하면서 프리미엄이 급등해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걸림돌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주당 1만4천250원이던 당초 인수가를 재협상을 통해 1만3천390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외환은행 주가가 이날 종가 기준으로 최초 계약 당시 1만3천원의 절반 수준인 7천280원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이 계약대로 외환은행이 매각되면 론스타는 약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게 된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최근 "모든 게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가격 조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과도한 가격에 인수하게 되면 하나금융 주주들의 소송에 휘말릴 수 있고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가 "론스타가 유죄이므로 론스타 지분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강제 매각명령이라는 조항은 명백한 행정적 징벌에 해당한다"며 "강제매각 명령으로 론스타가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게 된다면, 그것은 벌(罰)이 아니라 상(賞)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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