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제도-IT기술 합작…효과 입증

1989년 7월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보호관찰제도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보호관찰제도는 죄를 지은 사람을 구금하는 대신 일정한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허용하되, 보호관찰관의 지도, 감독을 받게 하거나 사회봉사 등을 통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선도하는 선진 형사정책.

보호관찰대상은 1989년 8389명에서 2008년 18만 4813명으로 22배 증가했다. 보호관찰소도 전국 12개 보호관찰소와 6개 보호관찰지소에서 16개 보호관찰소와 38개 보호관찰지소· 1개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로 늘었다.

보호관찰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도 적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집중보호관찰, 외출제한명령,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착용 등의 보호관찰을 통해 재범률은 지난 2004년 8.1%에서 2008년 6.5%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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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IT기술을 접목한 전자감독이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상습 성폭력사범에 대한 특단의 대책으로 지난해 9월1일 도입된 ‘성범죄자 전자감독(일명 전자발찌)’을 받은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든 것.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제도 시행후 전자장치 부착대상자는 총 472명, 현재 부착대상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98명이며, 재범률은 0.2%로 일반 성폭력 재범률(35.1%)보다 현저히 낮았다. 전자장치 부착명령 선고기간은 ‘2~3년’이 65%로 가장 많고, ‘5~7년’이 26%, 최장기간 10년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4.2%에 달한다.

전자발찌 제도가 부착명령 대상자의 범죄억제, 행동변화, 인식변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설문조사도 있었다. 동국대 조윤오 교수는 ‘전자감독제도 효과성 평가’ 연구의 일환으로 부착명령 종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누군가 나의 위치를 24시간 추적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질문에 68.2%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준수사항 위반 시 반드시 발각될 것이다’에 93.7%, ‘가급적 비행친구들과 접촉을 피했다’에 61.9%, ‘발찌를 착용하면서 지난 행동을 반성했다’에도 63.5%가 그렇다고 답했다.

안양 초등학생 살해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9월1일 도입된 전자발찌제도의 성과를 뒤돌아본다.

■ 전자발찌가 하는 일

지난 2월 일명 ‘신림동 발바리’로 불린 성폭행범 최 모씨가 검거됐다. 최씨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관악구 일대의 여성 약 15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 서울보호관찰소는 최씨에 대해 관음증적 성향, 강간통념 보유, 대인관계에서의 친밀감 결핍 등을 보이고 있고 재범위험성을 평가한 결과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검찰은 최씨의 재범 위험성을 높게 판단한 보호관찰소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의 부착 명령 선고로 최씨는 징역형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법원이 선고한 기한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한다.

이처럼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돼 전자발찌를 착용토록 선고받은 성폭행범은 전자발찌를 통해 24시간 위치추적을 받는다. 일상적인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지 않지만, 성폭행 우려가 있는 현장에 근접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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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추적장치는 3종 1세트로 구성돼 있는데, 항시 착용하고 다녀야 하는 전자발찌와 휴대폰 크기만 한 단말기(추적장치), 집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재택감독 장치이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력 범죄자는 발목에 부착해 놓은 전자발찌 이외에 휴대용 추적 장치를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한다. 추적장치와 발목에 부착한 전자발찌가 일정거리 이상 떨어지면, 즉시 위치추적 관제센터로 정보가 전달된다. 전자 발찌는 개인이 임의로 탈부착 할 수 없으며 훼손의 경우에도 즉시 관재센터로 정보가 송신 된다.

집에 있을 때에는 항상 단말기를 재택 감독 장치와 함께 두어야 자신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중앙관재센터에 알릴 수 있고, 전자발찌와의 거리를 항상 계산하기 때문에 휴대용 추적 장치 없이 외출은 절대 불가능하다.

부착자가 가면 안 되는 특정 지역, 예를 들어 아동 보호구역에 진입했을 경우 단말기를 통해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고 경고 메시지 전송 이후에도 그 구역을 벗어나지 않고 있으면 즉시 보호관찰관이 출동한다.

■ 전자발찌의 위력

전자발찌의 크기는 눈에 잘 띄지않을 정도로 작지만,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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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이후 전자장치 부착대상자 총 472명 가운데 1명만이 성폭력범죄를 또 저질렀을 뿐이다. 전자발찌를 부착하지 않은 일반 성폭력범의 재범률(35.1%)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재범을 저지른 1명의 사건도 전자발찌의 위치정보를 통해 20시간만에 신속히 검거됐다. 누군가 한시도 빠짐없이 자신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실제 위치정보를 통한 범인 검거가 재범을 억제하는 데 적지 않게 효과가 있는 셈.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최초로 위치추적제도를 도입한 미국 플로리다 주의 경우 위치추적 부착 여부가 재범 가능성을 2배 이상 감소시켰다는 결과가 있고, 미국 뉴저지 주에서도 전체 위치추적 대상 성폭력 범죄자 225명 중 1명만 동종 재범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44개 주에서 성폭력 범죄자 위치추적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콜로라도 주 등 7개 주에서는 종신 위치추적을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스페인,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도 전자추적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모든 성폭력범죄자가 모두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성폭력 범죄자만이 전자발찌로 관리를 받게 되는데, 징역 종료 이후나 가석방 또는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을 엄정하게 심사한 후 결정 하게 된다.

법무부는 전자발찌제도 시행으로 재범률이 현격히 줄어듬에 따라, 성폭력범에 제한적으로 부착되던 전자발찌를 살인·강도·방화 등 흉악범에까지 부착시키는 내용의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잗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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