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신현지 기자]일자리 시장 절벽시대에 대졸자들이 ‘전공 불일치’하는 일자리로 인해 지속적인 임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경기 불황 시기에 근로자가 자신과 맞지 않는 업무능력으로 인해 지속적인 인적자본 손실도 초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인의 워크숍  장면 (사진=중앙뉴스DB)
직장인의 워크숍  장면 (사진=중앙뉴스DB)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21일  'BOK 경제연구 - 전공 불일치가 불황기 대졸 취업자의 임금에 미치는 장기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결과를 발표했다.

BOK 경제연구원의  2002~2019년 중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한 전공 불일치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일자리가 부족한 불황기에 불일치 정도가 확대 발생했다. 이에 보고서는 근로자가 취득한 학력보다 낮은 수준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업하는 과잉현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대학진학률은 높으나 전공과 취업하는 산업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일자리가 부족한 불황기에 더 심화된다는 것. 이에 보고서는 지속적인 임금 손실은 향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의 전공 불일치는 OECD 국가 중에서 매우 높은 편으로 조사대상 29개국 중 한국의 전공 불일치율은 50.1%로 나타났다. 이는 인도네시아 54.6%에 이어 2위로 OECD 평균인 39.6%를 대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전공불일치는 불황기 대졸 근로자들의 장기적 임금 손실로 나타나는데 한국의 전공 불일치율이 1%포인트 상승시 임금이 4.1% 감소로 한국은 OECD 평균 2.6%에 비해 임금이 2배 가량 더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불황기에 첫 직장을 가진 대졸자의 임금은 불황기 첫 해에 감소한 후 즉시 회복되지 않고 감소세가 서서히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별 전공 불일치율의임금에 대한 영향 (왼) /OECD 국가별 과잉교육 비율의임금에 대한 영향
OECD 국가별 전공 불일치율의임금에 대한 영향 (왼) /OECD 국가별 과잉교육 비율의임금에 대한 영향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실업률이 1%p 상승할 때 실질임금은 직장경력 0~1년차에 8.3% 감소 했고, 이후 2~3년에는 7.0%로 감소폭이 축소됐다.  2005년 불황기의 경우 실질임금은 직장경력 0~1년에 -9.2%, 2~3년차에는 8.6% 감소가 축소됐다. 2009년 경우도 0~1년에 9.4% 감소, 2~3년 7.0%로 감소가 완화됐다. 이는 경기에 영향이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임금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손실의 지속성에 있어서 불황기 변수보다 전공 불일치 변수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졸 근로자가 불황기에 취업하더라도 전공과 일치하는 직업을 얻을 경우 임금 손실이 상당폭 작아짐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전공 불일치는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 감소로 이어지는데 이는 불황기의 청년층이 줄어든 일자리에 자신의 전공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업종에 취직했다가 경제상황이 호전될 경우 이전직장과 비슷한 일자리로 빈번하게 옮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한국의 청년층은 더 나은 직업으로의 상향이동이 제한적이고 전공과 적성에 맞는 직장이 드문 것도 근속년수 감소에 기인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불황기 졸업 이후 실업을 경험한 청년층(25~35세)은 취업을 유지한 근로자에 비해 임금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8년 졸업자의 근로소득 변화를 보면 3년 후 실업 경험자의 월평균 명목 근로소득은 97만4000원으로 취업을 유지한 근로자(232만2000원) 대비 2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격 요건을 갖춘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하는 노동시장 역시 지속적인 임금 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생산성 손실은  조사대상 24개국 중 영국, 에스토니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최영준 경제연구원 차장은 "이 같은 분석결과는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업 선택에 있어 전공 불일치 정도를 완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며 "정책적인 관점에서 근로자들이 이직을 통해 전공활용이 가능한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노력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기업 또한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 등을 통해 전공 불일치 문제를 완화하고 인적자본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공불일치란 대학에서 특정 학과를 전공한 근로자가 전공과 다른 업종에 고용될 때 발생한다. 즉, 대학에서 전공한 과목과 취업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지식이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근로자가 취업한 업종이 고등학교 졸업자격이면 충분하나 실제 학력이 대졸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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