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대 국산차가 1억원대 수입차의 세금 두 배”
이재명 “국산차 역차별, 비싸면 세금 많이 내게 바꾼다”
윤석열 “억대 법인차, 탈세 막게 연두색 번호판 붙이자”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자동차세의 국산차 역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차량 소유주들의 불만은 자동차세가 배기량에 따라 부과돼 조세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억대 고가 차량이 배기량이 적다는 이유로 수천만 원대 차보다 더 낮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재산세인 자동차세를 배기량에 따라 내라는 건 부동산 재산세를 면적 단위로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그 예이다.

자동차세가  배기량에 따라 부과돼 조세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국산차 역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사진=김상미 기자)
자동차세가 배기량에 따라 부과돼 조세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국산차 역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사진=김상미 기자)

이 같은 불만은 매년 자동차세 연납(1년 치 세금을 한 번에 내고 세금을 할인받는 제도)을 신청하는 1월, 3월, 6월, 9월마다 불거지지만, 전기차·수소차 보급이 늘어난 올해는 친환경차와 역차별 논란까지 더해져 불만의 강도가 거세졌다. 친환경차는 크기나 가격에 상관없이 10만원대 세금만 내기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세는 엔진 배기량에 세액을 곱해 납부액을 산출한다. 배기량이 클수록 많은 세금을 물리는 구조다.

전기·수소차와 비교하면 조세 역전 현상은 훨씬 더 심해진다. 전기·수소차의 경우 차량 크기나 출력, 가격에 관계없이 10만원가량의 자동차세만 낸다. 테슬라를 비롯한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기·수소차는 배기량 중심의 현행 제도에서 ‘그 밖의 승용 자동차’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10만원은 재산세로서 부과되는 일률적 금액으로 출고가 1억1599만원인 테슬라 모델X의 경우 교육세를 합한 자동차세는 13만원이 나온다. 

배기량에 따라 친환경차보다 훨씬 많은 자동차세를 내야 하는 내연기관 차주들은 “친환경차의 경우 보조금도 지원된다. 확산 취지는 공감하지만 역차별적 요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자동차세 ‘국산차 역차별’에 “비싸면 많이 내게 바꾼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부과 체계를 가격과 이산화탄소(CO2) 배출 기준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64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자동차세 부과체계 개편 공약을 발표했다.

현행 자동차세는 차량의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1000cc 이하는 cc당 80원, 1000cc 초과 1600cc 이하는 cc당 140원, 1600cc 초과분 cc당 200원이다.

그런데 오로지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입차에 비해 가격이 낮은 국산차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차량 가격이 3,500만원인 국내 G사의 3,342㏄ 자동차세는 87만원이지만, 유럽 P사의 1억4400만 원짜리 2,894㏄ 차량의 자동차세는 75만원에 불과하다.

이 후보는 “많은 국민들이 배기량 기준의 현행 자동차세 부과체계를 불공정하다고 느낀다”며 “정작 유럽은 탄소절감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에 비례해 자동차세를 부과하되, 소형차와 전기․수소차 세금이 지금보다 늘지 않도록 설계하겠다”며 “CO2 배출량을 반영하는 방식은 배출량 측정 설비가 충분히 신뢰성을 갖추는 대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선대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확행 공약 아이디어를 공모해 모두 6305건을 접수받았다. 자동차세 개편 공약은 여기서 최종 선정된 5건 중 하나다.

또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억대 수입차 10대 중 6대가 법인차’인 현 실태에 윤 후보는 “탈세 막게 연두색 번호판을 붙이자”는 공약을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10일 교통약자들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자는 공약과 함께, 탈세를 위해 개인 용도로 억대 수입차를 구입한 뒤 법인차로 사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일반 차와 다른 색상을 넣은 법인차 번호판을 도입하자고 했다. 

현재 법인차와 일반차의 번호판이 동일해 기업의 대주주 등이 세제 혜택을 받는 법인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9초 쇼츠 영상’에서는 법인차 번호판 색상으로 연두색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억대 수입차 10대 중 6대가 법인차량”이라며 “번호판이 색상으로 구입되면 이런 관행은 상당수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윤 후보는 앞서 전기차 충전 요금 동결, 지하철 정기권 사용을 버스 환승까지 확대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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