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이사장
박근종 이사장

[중앙뉴스= 박근종 이사장]수도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되살아나고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며 집값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지난 4월 1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2년 4월 2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둘째 주(4월 11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은 그 전주인 4월 첫째 주(4월 4일 기준)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11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2주 연속 보합세로 돌아선 상황으로 금리 인상과 대내외 경기 불안으로 주춤하던 집값이 또다시 불안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 수요가 많은 강남·서초구와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가는 용산구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특히, 강남구는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뛰어 지난주 0.02%에서 이번 주 0.04%로 상승폭이 2배로 늘었고, 서초구는 반포동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며 2주 연속 0.02% 상승했으며, 용산구는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 호재로 0.03% 올라 지난주(0.02%)보다 상승폭이 더 커진 것으로 읽힌다. 양천구도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으로 전주 보합(0%)에서 0.02%로 상승 전환했다. ‘거래 절벽’ 상태였던 분당과 일산 등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긴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는 추세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이 전체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가 상승 추세로 전환하는 등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기간 내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개편, 대출한도 인상 등 규제 완화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대선 직후 약 3주 동안 서울에서 거래된 149건의 주택 중 30.9%(46건)가 최고가에 매매된 것을 비롯해 이 중 상위 10곳 가격이 평균 25억3,300만 원에서 32억1,900만 원으로 6억8,600만 원이나 뛴 것은 정책 기조 변화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일찌감치 퍼져 있었다는 방증이자 규제 완화 기대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측면이 매우 커 보인다.

그동안 공급을 간과한 채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및 취득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등 강도 높은 규제 일변도의 주택정책 때문에 집값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공약에 얽매여 규제를 서둘러 푸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월 3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배제하기 위해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며 “현 정부에서 관련 방침을 4월 중 조속히 발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1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정부가 인수위 요구를 10여 일 만에 거절하게 된 셈이다. 인수위로선 양도세를 풀면 매물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번 감세 조치를 오히려 “버티면 된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다주택자도 적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냉탕과 온탕을 급하게 오가는 근시안적 부동산 정책은 실수요자의 피해만 키울 뿐이며,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만 양산할 뿐이다.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민간 주도로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의도로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집는 속전속결의 속도전으로는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현 정부의 정책은 비정상이므로 모두 뒤집어 놓겠다거나 단기에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보겠다는 과욕은 금물이다. 동시다발적인 재건축사업으로 주변 집값이 급등할 수 있는 우려가 큰 만큼 단지별로 사업에 시차를 두는 한편 시장 교란 행위를 엄격히 단속하는 등 신중한 전략과 유연한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이 겹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한꺼번에 덮치는 복합위기)’의 위기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은 하나만 건드려도 전체 경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공급과 수요 그리고 물가와 경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전략과 유연한 접근 없이는 한국 경제가 집값에 발목이 잡힌 채 또다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될 수밖에 없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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