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경제의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박근종 이사장
박근종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 이사장]셰계 경제가 소비자 물가, 생산자 원자제 가격 상승 등으로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7월 13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올리는 ‘빅 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초유의 ‘빅 스텝(Big step)’인 동시에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3회 연속 인상이며,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의 기준금리 연 2.25%이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이 만능해결책이 못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무딘 칼’로 수술을 집도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물가를 올리는 요인만 도려낼 수 있는 정교한 메스가 되지 못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오히려 경기침체를 불러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빼든 것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한 데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을 염두에 둔 불가피한 결정이다. 그야말로 고물가(7월 5일 │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6.0%)·고금리(7월 13일 │ 기준금리 인상 2.25%)·고환율(7월 13일 │ 원·달러 환율 1,306.9원)이라는 3고(高)의 ‘트리플(Triple) 상승’에 속수무책으로 한꺼번에 내몰린데다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상승)이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2.7%는 더 낮아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 4.5%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유의 ‘빅 스텝(Big step)’과 ‘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최근 경기둔화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도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를 잡는 게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가계와 기업 등 각 경제주체가 감내해야 할 내핍과 고통이 그만큼 더 크고 더 길어진다는 경고로 보인다. 당연히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가파른 3고(高) 경제에다 코로나19의 재유행까지 겹쳐 ‘R(Recession │ 경기침체) 공포’ 우려가 급속히 확산하는 시점에서 단행한 만큼 소비·투자·생산 위축과 고용 감소 등 긴축 부작용에 대한 촘촘한 입체적 대비가 화급하다.

먼저, 기준금리 ‘빅 스텝(Big step)’ 인상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금융 취약계층에게 터 큰 충격의 직격탄이 된다. 그야말로 빚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올 연말 기준금리 3%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어 빚 감당을 하지 못하는 가구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2개월간 기준금리 인상 폭이 1.75%포인트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총 23조1,000억 원(1인당 평균 114만 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 부채가 많은 다중채무자의 이자 상환 부담 급증을 불러온다는 점과 전체 가계부채 중 채무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취약차주 비중이 더욱 늘었다는 점을 각별 유념해 취약층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 특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취약차주가 보유한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월 말 현재 5.0%로 집계된 데다 다중채무자이면서 하위 30%인 저소득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저신용 취약차주 비중이 올해 3월 말 현재 전체 차주의 6.3%나 된다. 이는 작년 말 6%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이들을 대상으로 특례 보증상품 등을 통해 금리 지원에 나서는 한편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Pre·Workout │ 단기 연체자 채무 조정)제도를 확대하고, 상환 일정 조정, 금리·원금 감면 등 채무 조정을 지원하는 신용회복제도를 활성화하며, 가계대출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등 취약계층의 신용 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가일층 강화해야 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지급액이 늘면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가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2,052만 가구의 17.2%에 해당하는 354만 가구가 적자 상태인 것으로 조사한 보고서(가계 재무 상태가 적자인 가구의 특징과 개선 방향│노형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을 식료품·주거·교육·의료 등 필수 소비지출과 금융부채에 대한 원금상환에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이른바 ‘적자가구’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가계 다섯 가구 중 한 가구(17.2%)는 소득보다 필수 지출과 빚 상환에 쓰는 돈이 더 많은 ‘적자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다. 이런 ‘적자가구’는 연소득의 평균 98%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빅 스텝(Big step)’을 계기로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치솟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면서 서민금융 재원 확대 등 금융안전망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물가 급등으로 실질소득이 쪼그라드는 판에 대출금리마저 급등하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 부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다중채무자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 부실은 자칫 금융시스템 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이들에 대한 안전판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좀 더 명확한 신호를 보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물가가 더 많이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하방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한,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예고하는 등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일반인의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를 기록,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고물가가 장기간 고착돼 후과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물가상승이 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공급 쪽 요인에 의해 발생한 만큼 수요 억제 정책인 통화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월 대비 9.1% 급등한 것은 더 큰 무게감으로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7월 13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1% 연 인플레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8.8%를 크게 웃돈 것으로 가히 충격적이다. 미국의 연간 CPI 상승률은 지난 5월에 8.6%로 1981년 12월 이후 최대치였는데 이 연간 상승률이 한 달 새 0.5%포인트를 뛰어 9.1%가 된 것으로 1981년 11월 이후 최대치인데다, 40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이다.

더욱더 큰 부담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오는 7월 27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알파’ 수준의 강력한 긴축정책에 나설 것이란 전망과 함께 기준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Ultra step │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주장이 힘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Fed Watch)’는 이달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가능성을 전날 90.6%에서 58.4%로 낮춘 반면, 울트라 스텝(Ultra step) 가능성을 9.4%에서 41.6%로 대폭 올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 스텝(Big step)’ 인상은 ‘R(Recession │ 경기침체) 공포’ 우려에도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를 잡는 게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만큼 또 곧바로 실행으로 옮긴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책임과 재정의 몫이 얼마나 크고 엄중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명찰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 여력이 녹녹하지 못하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예산 총액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재정지출의 승수효과가 미약한 현금성 복지 지출과 경직성 재량지출사업은 줄이거나 미루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SOC(사회간접자본) 등 경기 방어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지출을 늘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 편성에 현 경제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기존 지출구조와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기업과 가계도 재무구조 악화와 가처분소득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절감과 근검절약의 내핍과 고통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글로벌 양적완화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와 정부의 돈 풀기가 이제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을 깊이 통찰하고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다.

현재의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국내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내년 3분기 저점을 거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은 내년 하반기 나타날 전망이며, 향후 경기 향방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급강하하는 추세에서 지난 5월 0.1포인트 상승했지만, 이것으로 경기 둔화세가 멈추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R(Recession│경기침체) 공포’의 위기의식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했고, ‘4분기 직접일자리사업’ 종료 등으로 하반기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되는 등 고용시장에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빅 스텝(Big step)’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자칫 임계치에 다다른 가계부채를 경착륙시키고, 실물경제의 침체(Recession)를 부채질하는 ‘오버킬(Overkill │ 과잉 대응)’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추가 금리 인상에 세심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서두르고, 실물경제의 오버킬(Overkill)을 경계하면서도 물가를 바로잡고, 경기침체의 공포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고 정책을 개발하는 데 국가의 역량을 집주(集注)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