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앙뉴스= 박근종 ]지난 1월 26일 한국은행이 밝힌 ‘2022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4%를 기록하며 2년 6개월(30개월) 만에 한국 경제가 역성장의 충격과 함께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했던 2020년 2분기 –3.0% 기록 이후 무려 10분기(30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 한국 경제의 위기가 심각하고, 가계 소득 감소 등으로 국민의 삶이 어려워졌다는 방증(傍證)이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수출 부진이 심화했고, 수출의 빈자리를 채우던 민간 소비마저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회복세가 꺾이고 위축되면서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빠르게 감소한 수출이 직격탄이었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은 주력인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5.8% 감소했다. 역시 2020년 2분기 -14.5% 이후 10분기 만에 받아든 최악의 성적표다. 전년도인 2021년 동기와 비교해도 4.4% 줄었다. 특히 우리 경제 중심축인 제조업의 부진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3분기 -0.2%포인트에서 4분기 -1%포인트로 급락했다.

소비도 얼어붙었다. 민간 소비는 –0.4%를 기록했고 이는 2020년 1분기 -0.5% 이후 최저치다. 전반적으로 내수를 중심으로 민간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3분기 0.2%포인트에서 4분기 -1.1%포인트를 기록했다. 내수가 같은 기간 2%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급락한 영향이다. 순 수출은 낙폭을 줄였으나 -1.8%포인트에서 -0.6%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급여비 지출 등을 중심으로 정부 소비가 3.2% 늘어나 국내총생산(GDP)에 0.6%포인트 플러스(+)로 작용했다. 추락하는 경제를 정부 지출이 그나마 떠받쳐준 셈이다. 재정 확대가 최고의 경기 부양책이라는 점을 확인한 입증(立證)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연간경제성장률은 2.6%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망치 2.6%와 같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수출과 수입도 증가세가 둔화했으나, 연간 민간 소비는 전년보다 높은 4.4% 성장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올해 경제도 녹록지 않다. 올 1분기에도 역성장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 특히 반도체 부진의 여파가 크다. 반도체가 한국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침체기에는 한국 경제도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보고서 ‘반도체 산업의 국내경제 기여와 미래 발전전략’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64% 포인트, 수출이 20%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이 1.27%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올 성장률 목표치를 1.6%, 한국은행은 1.7%를 제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아예 역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첩첩산중이아닐 수 없다.

새해 벽두인데도 벌써 경제지표는 대부분이 빨간색 경고등 일색이다. 최후의 보루인 수출은 이달 들어서도 마이너스(-)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1월 20일까지 이미 102억 달러를 넘었다. 난방비 폭탄에 대중교통 요금과 공공요금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의 주요 간판 기업들도 잇따라 ‘어닝쇼크(Earning Shock │ 실적 충격)’의 날벼락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전기·LG이노텍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고 밝혔고, 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현대차 등도 실적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2020년 8월 81.6 기록 이후 2년 6개월(30개월) 만에 최저치인 83.1을 기록했다고 지난 1월 26일 밝혔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99.1)부터 11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BSI는 기업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전월보다 긍정적 경기 전망, 100보다 낮으면 전월보다 부정적 경기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상반기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각종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한국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다음 달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더군다나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그동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해 12월 14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해 연 4.25~4.50%로 올린 데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 1월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불과 1년 5개월 만에 10차례나 인상이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2021년 8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날 3.50%로 올라 무려 3%포인트나 상승했다. 이 모든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지난 1월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5.1% 오르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7.5%)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7%) 시절보다도 오름폭이 벌어졌다. 월별로 비교해도 고물가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5%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오름폭은 서서히 둔화되고 있지만, 한국은행(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0%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기만 하다.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재정 긴축이냐 재정 확대냐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Economic 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중첩된 역대급 경제 한파에 진입했다. 취약계층의 생활고는 더욱 깊어지고, 기업의 줄파산까지도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물가 관리를 위해 긴축재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정부가 돈을 풀어 성장을 이끌기엔 현실적으로 분명 한계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결과 경기 침체는 당연히 따라붙는다. 이러한 때 정부 역할이 긴요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정책은 통화정책에서 긴축적 자세를 보이지만, 재정 정책에서는 적극적인 확장재정을 펼치고 있다.

정부부터 위기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 완전 고용 상태에서는 정부 지출을 늘려도 효과가 크지 않지만, 지금과 같은 때는 정부 지출보다 몇 배 더 많이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날 수 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 가구가 수입을 넘어서는 지출을 한다고 해서 거시경제에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정부가 수입을 넘어서는 지출을 하면 거시경제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민간·시장 중심으로 경제를 운용하고 건전 재정 기조만 확립하겠다는 듯 보인다.

수출이나 성장이 정부 의지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금융·세제·규제 완화 등으로 행정과 입법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고 중요하며 시급하다. 일단은 마이너스(-) 성장을 조기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게 긴요하며 화급하다. 기왕에 올해 집행하기로 한 정부 지출을 상반기로 차질 없이 앞당겨 이른바 신속(조기) 집행을 통한 마중물 역할을 극대화해야 한다.

성장을 해야 고용도 있고 세수도 확보된다. 온갖 복지도 결국 성장에 달렸다. 금리가 정점에 근접했고,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른‘리 오프닝(Re-opening │ 경제활동 재개) 효과’ 기대감도 없지 않다.

게다가 지난 1월 11일 참여연대와 유수의 경제학 교수들이 개최한 ‘경제침체 속 엇나간 긴축, 전망과 대안’주제 신년 좌담회에서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주요 선진국의 확장재정 정책과 달리 긴축재정 정책으로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라며 “고소득자 중심 증세가 필요하다.”하고 주장했다. 또한 글로벌 무역 축소와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공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재정을 확대하다 보면 당연히 적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재정 적자는 증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증세한 만큼 지출하면 국가 채무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경기는 살아날 수 있다.

물론 증세로 경기가 다소 위축될 수 있고 취약계층은 부담이 가중될 수 있지만 재정 지출로 인한 부양 효과는 훨씬 크다. 특히 서민과 청년층에 정부 지출을 늘리면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들 대부분이 현재 쪼들린 상태이므로 돈이 들어오는 대로 소비하기 때문에 당연히 내수가 급속히 진작된다. 국내외 사례를 봐도 불경기에 긴축 정책이 성과를 낸 적은 거의 없다.

재정 긴축은 오히려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도 심화시킨다. 건전 재정은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경제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재정정책은 확장이라는 대전제하에 지금이라도 서둘러 경제정책 기조를 부자 감세에서 부자 증세로 단호히 바꾸고, 재정 긴축에서 재정 확대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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