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 전대열 대기자]국가보훈처는 정부부처 중에서 크게 돋보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서 역할을 한 사람을 발굴하여 포상하고 사망자에 대해서는 국립묘지 등에 안장해주는 등 마치 숨어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국민들이 사후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국립묘지에 안장되기 위해서는 공로가 크다고 하더라도 파렴치 등의 범죄사실이 있으면 묻힐 수 없다. 국가를 위한 공로는 전쟁에서 사망한 전사자를 비롯하여 부상자들이 포함되며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한 애국자 그리고 불의에 항거하여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4.19혁명공로자들이 포함된다. 

정부에서는 광복이후 지금까지도 독립 운동가를 발굴하고 있으며 홍범도와 황기환 등 외국에 매장되어 있던 분들까지 조국으로 모셔와 현충원에 안장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보훈처에 대해서 나는 10여 년 전부터 신문칼럼으로 ‘부’승격을 제창하여 왔는데 이번에 여야가 합의하여 국가보훈부로 6월5일 승격한다.

이런 경사가 겹친 보훈처가 지난 연말에 4.19혁명공로자 추가포상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어 많은 공로자들이 서류를 제출한 바 있다. 4.19는 100만 학도가 시위에 참가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학생들이 모두 공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보훈처의 심사기준은 데모 기획과 주도역할을 한 사람으로 증거가 뚜렷한 사람만 선정해 왔다. 따라서 실제로 주동적으로 활약했던 사람도 증거불충분으로 탈락되었던 게 현실이다. 게다가 그후 30년간 계속된 군사정권 하에서 장관 국회의원 등 고위직을 역임한 사람들은 반민주자로 낙인찍혀 4.19주동자라고 하더라도 포상이 거부되었다. 

윤석열정부가 처음으로 실시하는 금년 포상은 많은 신청자들에게 고무적인 심사기준이 명시되어 큰 기대를 갖게 했다. 4.19 당시에 발행된 신문 잡지 교지는 과거 심사기준과 똑 같았지만 학교사(學校史)가 추가되어 많은 이들을 가슴 부풀게 했다. 학교의 역사는 이미 63년이 흘러갔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자체 내의 연구발굴을 통하여 실제에 가장 근접한 4.19史를 확립해 놓고 있다.

이를 공적증거로 인정한다면 상당수의 주도자들이 빛을 볼 수 있게 된다. 진즉부터 그랬어야 될 것을 머뭇거리다가 새 정부에 의해서 인정받기에 이르자 많은 동지들이 환희작약하기에 충분했다. 국민대 원인호는 총상으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절망에 빠진 그는 세상과 담을 쌓고 시골집에 스스로를 유폐했다가 나중에 훨훨 털고 일어나 발명가협회장으로 재기하며 국민대에서는 그에게 4.19공로를 인정하여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중앙대 김정일은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중앙대신문을 찾아내 29명의 구속자 등의 명단을 발굴했으며 사망자 서현무와 김태년의 영혼결혼을 성취시키는 등 발군의 역할을 했다. 서울약대 김한주는 의대생으로 오보한 동아일보 사진을 57년만에 약대생으로 정정 보도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데모의 맨 선두에서 진두지휘했다. 

대경상고를 졸업한 임마철은 4.19시위에 매일 참여하며 계엄군 탱크에 올라타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열변을 토하는 사진이 대서특필되었다. 광주서석국교에 1주일간 구금되었던 조대부고 양재근과 한삼무, 광주농고 김재화와 류일성. 전북대 원용인 허용욱 신호균 김주석, 국학대 이진휘, 한국외대 김성돈 등도 열혈투사들이다.

이들의 나이가 평균 82세다. 초고령으로 접어든 사실을 잘 아는 박민식 보훈처장은 기자회견에서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명박정부에서 200명이 넘는 공로자를 발굴한 선례도 있어 이번에는 300명 선을 예상했다. 그러나 발표된 추가 포상자는 얄궂게도 31명에 불과하다. 

김주열의 어머니 권찬주여사와 전북대 한문수동지의 이름이 보이지만 그들은 이미 세상을 뜬지 오래다. 보훈처는 무슨 이유로 심사기준으로 발표한 학교사를 외면하고 생존하고 있을 때 명예를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식언으로 일관한 보훈처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돌아오는 현충일에 긴급 포상하는 방안을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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