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030년까지 신규 8기 건설…국내 대형원전 수출 협의 가속화
영국 정부․기업 참여 통해 CF연합 국제적 확산 도모

[중앙뉴스= 이광재 기자] “이번 국빈 방문에서 이뤄진 1.8조원 규모의 경제성과 창출과 원자력․청정에너지 등 31건의 MOU 체결로 인해 한영 양국간 경제협력의 저변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에 의뢰한 ‘한영 경제 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 같이 밝히며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원전․풍력․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분야에서 한․영 경제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한국과 영국은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 2030년 원전비중을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수출, 차세대원전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제공=한경협)
(제공=한경협)

영국은 원전 설비용량을 2021년 5.9GW에서 2050년 24GW로 확대하기 위해 2030년까지 최대 8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조에서 이번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한영 원전협력 MOU’를 체결하고 영국 신규 원전건설을 핵심협력분야로 지정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원전 설계 및 건설, 기자재 제작 부문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췄고 영국은 자국 내 원전산업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고성장하는 영국 원전시장을 선점하도록 국내 대형 원전의 영국 수출 협의를 가속화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구권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로 세계 원전 수출시장의 약 68%를 차지하던 러시아 퇴출이 이슈로 떠오르며 친서방국으로 분류되는 한국과 영국의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다음으로 보고서는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발전용량이 1000∼1500MW인 대형원전에 비해 1/3∼1/5 수준인 300MW 안팎. 작고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해 건설하는 원전), 4세대 모듈형 원전(AMR: Advanced Modular Reactor, 4세대 원전 :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는 경수로형 3세대 원전과 달리 4세대 원전은 액체금속, 가스, 염 등 다양한 물질을 사용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추구 ) 분야에서 한영 기술개발 및 시장 조기 진입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28년까지 혁신형 SMR의 표준설계 인증 및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AMR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소듐냉각고속로 등 4세대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영국은 롤스로이스 SMR이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30년까지 AMR 실증로(상업로 제작의 바로 전 단계에서 만드는 원자로) 구축을 위해 6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 중이다.

보고서는 SMR, AMR 분야 한영 협력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제3국 공동 진출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북해의 풍부한 풍력 자원 등 해상풍력에 유리한 환경을 갖춘 영국의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13.7GW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2030년까지 해상풍력 50GW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에 보고서는 국내 풍력 제조사들이 영국 시장에 진출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의 풍력 산업은 엔지니어링, 단지 개발, 시공 및 운영에 강점이 있지만 자체 풍력 설비 및 기자재 제조업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한국은 해상풍력 타워, 하부구조물 제조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해상풍력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 기업의 투자와 참여를 적극 독려 중인 만큼 국내 제조사들이 영국 시장에 진출해 사업실적을 쌓고 유럽을 포함한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 영국 해상풍력 기업들이 국내 1.5조원 투자를 확정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14.3GW를 도입한다는 목표(2023.1월)를 세웠는데 이번 투자는 국내 풍력 보급을 가속화하고 국내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다음으로 보고서는 풍력 프로젝트에 수반되는 영국의 선진 법률·금융 시스템 도입 및 노하우 공유를 위한 한영 교류·협력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했다.

해상풍력은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으로 금융 및 법률 등의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보고서는 영국이 법률, 금융 시스템 측면에서 해상풍력 단지개발사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단지개발에 수반되는 대규모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시스템과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산업은 수소를 생산해 저장한 후 수요처까지 운송하고 활용하는 단계에 걸친 경제활동을 포괄한다. 영국은 수소를 탄소중립 실현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해 2030년 저탄소수소 생산능력을 5GW 확보하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도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은 연료전지, 수소차 등 수소활용 부문에 강점이 있고 영국은 수소생산 부문에 강점을 가졌기 때문에 양국이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통해 수소산업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수소산업은 ‘생산–유통–저장–운송–충전–활용’의 공급망 전반이 골고루 발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소 공급망에서 상이한 경쟁력을 지닌 한영 기업들은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보고서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핵심 소재 및 광물에 대한 한영 공동구매를 제안했다. 연료전지 및 수전해 시스템의 핵심소재(백금족광물, 니켈, 코발트 등)는 청정에너지 수요 폭증에 따른 공급 부족이 예상되며 매장량과 생산량의 지역 편중이 심해 공급망 리스크도 높다.

보고서는 EU는 회원국 간의 공동 구매*를 통해 구매력을 높이고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소개하며 EU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한․영 공동 구매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 탈탄소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 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를 생산․활용하는 추세다. 이 같은 배경에서 한국은 올해 9월 UN총회에서 무탄소에너지 확산을 위한 오픈 플랫폼인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결성을 제안했다.

이번 영국 국빈 방문에서는 한영 양국 정부가 무탄소에너지 협력 확대를 위한 ‘청정에너지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매년 고위급 면담을 개최해 협력을 진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영국도 원전과 수소 보급에 적극적인 만큼 CF연합에 영국 정부와 주요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영국이 참여할 경우 추후 국제적 공감대 형성 및 CF연합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보고서는 원전과 수소 분야에서 한영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해 국제사회에서 양국이 아젠다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SMR․AMR 등 차세대원전 기술개발 협력,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개발 협력 등이 적절한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세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인 영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동시에 점차 높아지는 에너지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과 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원을 활용하고 있다”며 “무탄소에너지 분야에서 한․영 경제협력을 강화해 기후변화 아젠다를 선도하고 에너지안보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에 한영 FTA 개선협상이 개시됐다”며 “개선협상은 글로벌 경제통상환경 변화를 반영한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신통상 규범 도입을 골자로 하는데 한영 간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통상관계 수립을 위해 FTA 개선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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