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시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나라 왕이 커다란 박씨를 주길래 심어서 키웠더니 그 열매의 크기가 다섯 섬이 되어 물을 담았더니 무거워 들 수 없기에 그걸 쪼개어 바가지로 만들었더니 너무 평평해서 담을 수조차 없게 되니 쓸모가 없다고 여겨서 부숴버렸다고.

그러자 장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대대로 손 트지 않는 약을 잘 만들면서 솜 빨래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먹고사는 이가 있었다. 어느 나그네가 그 비방을 알려 달라고 하자 그 이는 비싼 값에 비방을 알려 주었지만 그 이후에 솜 빨래 일을 면치 못했는데 그 나그네는 오나라의 왕에게 비방을 알려 장수가 되어 전장에서 큰 공을 세워 영지를 하사 받았고.

조정현 컬럼니스트 (사진=조정현)
조정현 컬럼니스트 (사진=조정현)

그러면서 혜시에게 다섯 섬짜리 박이 있다면 어찌하여 그걸 가지고 큰 배를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얄팍한 마음이 남은 건 아니었는지.

또 혜시는 장자에게 목수들이 돌아보지 않는, 쓸모 없이 크기만 하고 울퉁불퉁하고 구불구불한 줄기의 나무에 대해 이야기 하자, 장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도끼에 베여 일찍 죽을 염려도 없고 아무도 해칠 이가 없을 것이니 쓸모없다는 것이 어찌 괴로운 일이기만 하겠느냐고.

이 이야기들에서 혜시는 ‘크기만 할 뿐 쓸모가 없는 것’의 사례를 들어 장자를 비판한다. 그러자 장자는 동일한 것이라도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쓸모없다는 것이 어찌 괴로운 일이기만 하겠는가”라고.

혜시는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 즉, 재주있는 사람이 되어야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장자는 일반화된 쓸모 있는 것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삶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자유라고 보는 것이다.

이들의 담론을 자유라는 문법으로 독해할 때 누구의 입장에 무게가 더 실릴까.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다른 한 해를 맞이하는 연말과 연초를 보내고 있다. 그때마다 우리의 소회는 항상 한 가지로 모인다.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가. 장자는 절망적인 혼란의 시대에서 개인주의와 상대주의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일신의 안위를 꾀한 사람, 영혼의 전회를 통해 누구보다고 철저하게 자유를 추구한 철학자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의 정치분야는 물론이고 각 분야에서 개인주의와 상대주의가 팽배해진 이 시대에 장자가 말하는 ‘자유’라는 문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자신이 대붕이 되어 구 만리 위로 날아올라 온 세상을 굽어보며 거침없이 남쪽의 따뜻한 바다로 날아가는 자적감(自適感)을 갖는 일도 가능하다.

남들도 다 가니 나도 안 가면 뒤쳐질 것 같은 해외여행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사야 할 걱정도 않고 공항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이 할 수 있다. 진정 ‘자유’로운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는 새해를 맞이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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