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초고속 질주 저출산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70대 이상 인구가 20대를 처음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10일 발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 5천 133만 명, 전년 대비 11만 명 감소’ 제하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주민등록 인구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631만 9,402명(12.31%)으로 20대 인구 619만 7,486명(12.07%)을 12만 1,916명(0.24%포인트) 차로 추월했다. 전년에 비해 70대 이상 인구는 23만 7,614명(3.9%) 늘어난 데 반해 20대 인구는 21만 9,695명(3.4%)이나 줄어들면서 뒤바뀐 것이다.

유엔은 만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e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남(26.10%), 경북(24.68%), 전북(24.11%), 강원(23.99%), 부산(22.63%), 충남(21.34%), 충북(20.85%), 경남(20.60%) 등 8곳이나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올해는 84만여 명에 달하는 1959년생이 65세가 된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가 속속 편입되면서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고령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는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으로, 대한민국이 점점 늙어 노인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고령인구는 더 늘어나고 젊은이는 더 줄어드는 것은 이미‘정해진 미래’ 수순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9세 이하 인구가 798만 4,352명(15.6%)으로 50대 869만 5,699명(16.94%)보다는 적고 60대 763만 708명(14.87%)보다는 약간 많다. 우리나라 인구를 연령대별로 그려낸 인구피라미드는 1960년대 ‘삼각형’에서 현재의 ‘항아리형’을 거쳐 비극적인 ‘역삼각형’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사회적 역동성과 국가 재정 역량을 쪼그라뜨려 나라 전체를 ‘수축 사회’로 만든다.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3,593만 1,057명(전체 인구의 70%)으로 2022년 3,558만 960명보다 0.96%인 35만 97명이나 감소하여 세입은 줄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국가소멸 구조로 치닫는 것을 굳이 말할 나위조차도 없다.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며 급락하고 있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65명까지 떨어질 전망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은 이의 2.7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인 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경까지 추락하는 등 효과가 없자 백약이 무효라는 개탄의 목소리와 함께 엉뚱한 곳에 돈을 썼다거나 대책이 중구난방이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책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저출산 정책이 표류한 탓이 클 것이란 볼맨소리만 비등한다. 이제라도 현실적인 출산율 목표부터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 민간 지식인으로 구성된 ‘인구전략회의’가 최근 일본 정부에 전달한 ‘인구비전 2100’을 참고할 가치가 있다. 인구 1억 2,200만 명이고 합계출산율이 1.26명(2022년 기준)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은 일본도 ‘인구 8,000만 명 사수’를 목표로 내걸고 필사적으로 국가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현재 합계출산율 1.26명이 지속되면 2100년 인구가 6,300만 명으로 반 토막 날 전망이니 출산율을 2.07명으로 올려 8,000만 명을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1억 2,200만 명의 세계 12위 인구 대국이 목표를 1억 명 미만으로 낮춰 잡은 것도 놀랍지만 이 목표조차도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만 달성할 수 있다니 섬뜩하기조차 하다. 그런데도 사정이 더 나쁜 우리나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데도 이렇다 할 대책 없이 허송세월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가 하는 것은 사실상 눈앞의 ‘정치’뿐이다.

좀처럼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킬 전환점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고, 이제 현실로 닥친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필연적으로 나라를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각) ‘한국군의 새로운 적 : 인구 추계’란 기사에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문제가 한국군의 새로운 적(敵 │ Enemy)으로 떠올랐다는 외신 CNN 보도가 나왔고, 이어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2일(현지 시각) ‘로스 다우서트(Ross Douthat)’ 칼럼니스트가 쓴 ‘한국은 소멸하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한국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한다면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절반가량 급감했던 지난 14세기 유럽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도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마련하는 데 범국가적인 총력전을 펴야 한다. 인구 5,133만 명인 한국은 2100년경이면 인구가 일제강점기보다 적은 1,500만 명대로 대폭 축소된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이마저도 출산율 0.98명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나온 낙관적 전망이다. 현재 출산율은 0.7명이다. 국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구 규모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출산율 목표를 세우고 총력전을 펼쳐야 ‘국가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획기적인 출산·육아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인구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 상당 기간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아이를 낳을 젊은 세대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구 5,000만 명 규모에 맞춘 지방 행정 체계와 국방 교육 복지를 포함한 사회 제도를 전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당장 올해부터 생산가능 인구(15∼64세) 비중이 7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부양받는 사람은 늘어나는 인구 구조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초고령사회는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지만, 국가·사회·개인 모두 이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38개국 중 압도적 1위다. 미국(22.8%)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이어 5위인데 우리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노인의 경제력과 삶의 질이 그만큼 뒤떨어진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데에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진입규제, 성장 사다리 약화 등으로 혁신이 제약되고 산업·기업 전반의 역동성이 저하돼 잠재성장률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사회가 부양해야 할 인구의 생산 인구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이미 많은 은퇴자들이 연금소득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어 저임금 단기 일자리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처지다. 지난해 역대 최고의 고용률도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 일자리가 늘어난 데에 기인한다. 공공근로에 지자체들이 매년 수백억 원씩 쏟아붓는 데 보다 생산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게 긴요하다.

이렇듯 피할 수 없게 된 초고령사회에 맞는 중장기 적응 대책이 화급해졌음을 명찰해야 한다. 사회 각 부문이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인구 급감과 초고령사회 중심에 들어선 충격에 대비한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부동산과 일자리, 교육, 복지, 이민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맞게 선제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청년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입직 연령을 선진국 수준으로 앞당기고,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하며, 50세도 되지 않아 퇴직하는 정년 문화도 과감히 바꿔야 한다. 청년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정년 연장도 더 이상 미룰 일만은 아니다.

정년 없는 사회가 된 지 오랜 일본과 유사하게 정년의 법적 상한을 없애고, 생산 가능 인구 상한을 64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다시 말해 노인의 연령 상한, 정년 연장 등으로 사회보장 비용을 줄이고 여성과 노인층의 사회 활동 참여율을 대폭 높여 나가야 한다.

노동·연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란 인식을 공유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는 건강보험과 2055년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도 이대로 두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 눈앞에 극명하게 보인다. 교육 노동 연금 개혁 없이는 망국적인 인구 위기도 막을 수 없음을 통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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