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챗GPT 활용 기업 경영메시지 분석
기회, 탄소중립‧글로벌 시장…리스크, 공급망‧3고

[중앙뉴스= 이광재 기자] 주요 기업의 올해 경영 메시지를 챗GPT를 통해 분석한 결과 디지털 전환(DX) 및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기업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0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경영메시지를 수집해 챗GPT를 활용, 전체 및 업종별 기회 요인과 리스크 요인, 올해 경영전망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챗GPT가 분석한 우리기업들의 ‘기회 요인’은 디지털 전환 및 AI 도입에 따른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기조 강화, 글로벌 시장 확장이었다. ‘리스크 요인’은 공급망 재편 및 지정학적 리스크, 고물가‧고환율‧고유가의 3고(高) 현상, 디지털 전환 및 AI 도입의 지체가 꼽혔다.

챗GPT가 분석한 3대 기회·리스크 요인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챗GPT가 분석한 3대 기회·리스크 요인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챗GPT는 ‘디지털 전환 및 AI 확산’을 우리기업의 기회이자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과 AI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현재의 경쟁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한편 기업 인프라와 고객 서비스 등에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공존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탄소중립 및 ESG 기조 강화’는 신재생에너지, 그린 수소, 2차전지 등 업종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으며 전통 산업군에서도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면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기회 요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시장 확장’은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대한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회 요인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시장 중에서는 동유럽, 중동,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이 주로 언급됐다.

챗GPT가 꼽은 리스크 요인은 ‘공급망 재편 및 지정학 리스크’,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와 같이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뽑혔고 ‘디지털 전환 및 AI 도입’이 지체될 경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챗GPT가 분석한 기회요인들은 최근 글로벌 경제·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술에서는 AI와 탄소중립을 주목해야 하고 시장에서는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며 “동시에 공급망 재편 등의 리스크 요인들을 보여주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이를 간과하지 말고 적극 대응해야 함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시총 100대 기업 중 언론 및 홈페이지 등을 통해 2024년 경영메시지(임직원 대상 스피치, 시무식 인사말, 신년사 등)를 확보한 47개를 대상으로 했으며 분석 툴은 챗GPT-4를 활용했다. 분석은 1, 2차로 나누어 진행했다. 1차 분석은 개별기업별로 기회 요인, 리스크 요인, 올해 경제전망을 도출했고 2차 분석은 1차 분석결과를 모두 취합해 전체기업의 기회·리스크 요인과 업종별 기회·리스크 요인을 도출했다. 메시지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각 기업별로 10회씩 분석을 수행했다.

기회와 리스크를 업종별로 분석했을 때 보다 구체적인 요인들이 제시됐는데 기회 요인의 경우 해당업종의 차세대 신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반도체 업종에서는 ‘고성능 반도체의 시장수요 증가’가 나왔는데 이는 AI 등 발전에 따라 HBM(고대역 메모리)같은 처리속도가 높은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2차전지에서는 ‘신기술의 개발 및 고도화’가 기회 요인이었는데 2차전지에 니켈의 비중을 높여 성능을 향상시킨 하이니켈 배터리 및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술경쟁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조선업에서도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을 연료로 하는‘차세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를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업에서는 ‘디지털, 비대면 채널 확대’였는데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외 바이오·제약에서는 신약 개발, 화학은 그린에너지 및 친환경 소재 개발, 자동차는 전기차 생산 강화가 기회 요인으로 꼽혔다.

2차전지 전문가인 황경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올해 2차전지의 화두는 성장둔화와 혁신이다. 최대 수요분야인 전기차가 캐즘 구간에 진입하며 성장세가 위축될 우려가 큰 만큼 차세대 전지 상용화 등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AI가 이를 잘 잡아낸 것 같다”며 “향후 분석대상 자료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여 분석을 수행한다면 더욱 심도 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기회 요인과 다르게 리스크는 업종별로 대내외 시장 및 글로벌 환경 변화, 고령화 등 인구구조, 환경 규제 등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먼저 반도체 업종에서는 코로나 이후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비용 증가 및 전략적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2차전지에서는 ‘전기차의 캐즘(Chasm) 영역 진입’이 리스크로 제시됐는데 캐즘이란 신제품이나 기술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으로 진입하며 수요가 부진해지면 2차전지 수요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편 조선업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역량 향상 필요성 등 수주한 ‘선박의 생산능력’에 관한 부분이 리스크인 것으로 나왔다. 금융업은 저출산 고령화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가 리스크였는데 고객층의 변화가 금융 상품의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의 특성인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코로나 종식으로 인한 글로벌 제약시장 성장 둔화를, 화학은 탄소 저감과 관련된 규제의 강화를 리스크로 보았다.

한편 기업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GPT에 기업이 바라보는 올해의 경제전망을 물어본 결과 약 절반에 가까운 24곳(49%)은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나타났다. 반면 긍정적일 것이란 응답은 25.5%에 그쳤으며 메시지에 경제상황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 전망을 알 수 없다는 응답도 25.5%로 조사됐다.

이번 자료는 대한상의에서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첫 사례로 이미 국내외 연구기관에서는 GPT 등 AI를 경제분석 및 전망에 활용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리치먼드 연준이 과거 연준의 발표문을 GPT에 입력한 후 금리정책 기조를 판단하게 한 결과 실제 전문가들의 판단과 거의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플로리다대에서는 미국의 기업 관련 뉴스기사 제목을 GPT에 입력, 주가 방향성을 예측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식을 매수, 매도하는 실험을 수행한 결과 약 1년의 기간동안 550%의 수익을 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김현수 경제정책팀장은 “이미 해외에서는 챗GPT 등 대형언어모델(LLM) 인공지능을 경제, 금융 등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최고 경영자의 메시지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AI를 통해 가공해 경제 분석에 활용한다면 숫자 기반 통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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