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6월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브라질 등 신흥국가마저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유럽발 재정 위기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일(현지시각) 2.22%(274.88포인트) 급락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2.46%, 2.82% 내려앉았다. 독일 DAX30 지수는 3.42%, 프랑스 CAC40 지수는 2.21%, 영국 FTSE100 지수는 1.14%가 떨어지는 등 유럽 지수도 무너졌다.

한국 역시 ‘유럽형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와 정부 부문 부채가 급증한 데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해 저성장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국내 수출 기업의 상징으로 꼽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해외시장 판매량이 지난 3월 52만7500여대에서 4월 50만8500여대, 5월에는 50만6000여 대로 꺾였다. 시장 수요에 대비해서는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부진한 내수 시장을 대체해왔던 만큼 해외 시장 판매량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수 진작의 상징이었던 백화점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올 들어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러다 보니 백화점 ‘땡처리’ 행사까지 등장했다. 선글라스 등 시즌상품은 물론 명품과 겨울상품까지 최대 80% 싸게 파는 ‘떨이’ 행사가 등장한 것이다.

롯데는 본점(오는 6일까지)과 노원점(5~10일)에서 ‘선글라스 특집전’을 열고 셀린 에스까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5만~9만원에 판다. 현대는 4~10일 수도권 7개 점포에서 루치아노 최, 지고트, 쁘렝땅 등 25개 브랜드 10만벌을 푼다. 판매가 기준 100억원대 물량으로 평균 할인율은 50%다. 신세계백화점은 4~7일 영등포점, 의정부점을 시작으로 인천점(5~7일), 충청점(11~14일)에서 ‘겨울 의류 빅 찬스 대전’을 열고 모피, 패딩코트 등 이월 상품을 정상가 대비 최대 80% 할인된 초특가에 판매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7%에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기존 전망치는 한은(3.5%) KDI(3.6%)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IMF(국제통화기금·3.5%), 금융연구원(3.4%), OECD(경제협력개발기구·3.3%), 한국경제연구원(3.2%) 등이 성장률을 수정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또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하반기 중 각종 기금지출을 최대 30%까지 늘려 돈을 더 풀기로 했다. 아울러 직업훈련·알선 서비스와 취업보조금을 지원하는 ‘취업 성공 패키지’ 적용 대상에 30대 연령층을 포함하는 등 고용확충 방안도 마련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기금 운용 규모를 늘려 경기를 진작하겠다”고 밝혔다. 표적인 기금은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과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무역 보험기금’ 등 중소기업 활동과 연관된 기금들로 총합은 약 18조원 가량이다. 일반 기금은 20%까지, 금융성 기금은 30%까지 국회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있어 이들 네개 기금을 통해서만 최대 4조 7000억원을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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