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0일 대통령 내곡동 사저(私邸) 부지 매입과 관련,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이명박 대통령 등 7명 전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자기가 퇴임 후 거주할 사저 부지를 아들 이시형씨 명의로 사들였다.

이에 대해 편법상속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시형씨 명의로 땅을 산 것은) 건물 신축 과정에서의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한 조치였으나, 언론 보도로 구체적 사실이 공개됨에 따라 사저 땅을 대통령이 매입해 즉각 명의를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땅을 매입한지 몇 달이 지나도록 명의를 대통령으로 이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편법증여
▲다운계약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왜 아들 이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
내곡동 부지 매입과 관련,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었다. 이 대통령이 살 집을 아들 명의로 샀기 때문이다.

김황식 총리는 “명의를 차용해 등기하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지만, (내곡동 사저 부지는) 아들 이름으로 아들이 취득하고, 이후 토지 소유권을 대통령 앞으로 이전할 것이기 때문에 실명제법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10일 이에 대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은 상속을 변칙적으로 한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내곡동 부지는 그런 의도로 거래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윤옥 여사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했지만, 시형씨 명의로 농협에서 대출이 이뤄진데다 대출금의 이자와 취득세, 등록세도 모두 시형씨가 납부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시형씨가 자기 명의로 대출을 받아 해당 땅을 매수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편법증여 논란
야당 측은 “부모 집을 담보로 아들이 대출을 받아 땅을 사는 것은 가장 널리 쓰이는 증여세 회피 수단”이라며 편법 증여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대통령 퇴임 전 적절한 시점에 사저 이전 계획을 공개하려 했고, 그전에 아들로부터 내곡동 땅을 되사는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다”며 시형씨가 증여 목적으로 땅을 산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시형씨 명의로 내곡동 사저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의 제안으로 결정됐다.

시형씨를 계약자로 내세워 땅 가격이 뛰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 부근에 청와대 경호처가 경호시설 부지를 매입하려 하자, 매도자가 시가보다 5배 높은 가격을 불렀던 적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경호처장이 계약서에 (대통령) 이름이 들어가면 소문이 날 수 있으니 아들 명의로 계약하고 나중에 명의를 이전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정황과 이유에 근거해 시형씨가 증여 목적으로 땅을 산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형씨 부담은 줄이고 청와대 부담은 늘렸다?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아들이 부담해야 할 사저 부지 구입비의 일부를 대통령실이 불법으로 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형씨 명의 땅은 싸게 산 반면, 경호실 명의 땅은 비싸게 값을 치렀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시형씨가 토지 463㎡, 건물 267㎡의 부지를 공시지가인 12억8697만원보다 1억6697만원 싼 11억2000만원에 매입했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경호시설 부지 2143㎡를 공시지가(10억9385만원)보다 네 배 비싼 4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시형씨 땅에 있는 건물은 기준시가가 0원이다. 시형씨도 공시지가보다 비싸게 샀다”고 해명했지만, 이렇게 계산하더라도 경호처는 공시지가 대비 4배, 시형씨는 1.2배로 사들인 셈이라 의혹은 줄어들지 않았다.

또 일각에서는 시형씨가 내곡동 3필지를 공유지분 형태로 매수하면서 청와대 측이 결국 더 많은 부담금을 지불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20.74%의 구입비를 낸 시형씨가 해당 부지의 지분 54%를 가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검찰 조사에서도 시형씨는 6억900만원 정도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배임 혐의를 누구에게도 적용하지 않았다. 시형씨가 이득을 본 것은 맞지만, 산정과정이나 범의(犯意)를 따져볼 때 배임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나름의 기준에 따라 토지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시형씨와 대통령실의 매매금액을 배분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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