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결국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9일(현지 시각) 유로존(euro zone·유로를 화폐로 채택한 국가) 재무장관 화상회의를 마치고 "국내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이 받은 구제금융 금액은 최대 1000억 유로(약 14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스페인의 작년 GDP가 1조1000억 유로인 점을 고려하면, 스페인은 GDP의 10%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구제금융으로 받는다는 얘기다.

1000억 유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화기구(ESM),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마련하게 된다.

이번 구제 금융은 지난주 잇단 악재 속에서 예견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세 단계 내렸다.

태국의 신용등급이기도 한 BBB는 최하 등급에서 불과 두 단계 위여서, 스페인의 형편 없는 재정 상태가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여기에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6.7%까지 올라가 위험 수준인 7%에 접근하면서 스페인 정부는 사실상 시장에서 자금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일단 이번 구제 금융으로 스페인과 국제 사회 모두 한숨을 돌리게 됐다. 스페인은 구제금융을 받으면서도 별도의 긴축 정책을 채택하지 않아도 됐다. 

국제사회는 이번 스페인의 구제금융으로 당면한 두 개의 지뢰 중의 하나를 제거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이다.

그리스는 17일 총선으로 정부를 선출한다.

여기서 그리스의 긴축 재정안을 거부하겠다는 ‘시리자’ 같은 정당이 다수당이 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한다.

국제사회는 그리스에 긴축 재정안을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시리자’가 다수당이 되면 국제사회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거두고,

결국 그리스는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에 처하기 이전에 유로존 탈퇴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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