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17일(현지시간) 다시 총선거를 치른 결과 구제금융과 조건 이행을 지지한 신민당이 지지율 27.5-30.5%로 1당이 될 것으로 출구 조사결과 나타났다.

하지만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도 지지율 27-30%로 실제 1당은 최종 개표 결과가 나와야 확실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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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자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전 이뤄진 31차례의 여론조사에서 공동1위 한차례를 포함해 모두 5번 수위에 올랐을 뿐, 신민당에 21차례나 밀렸다.

출구조사에서 신민당이 이처럼 고전하고 시리자가 선전하는 결과가 예상되는 것은 선거 직전에 터진 두가지 사건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고 그리스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가장 큰 요인은 스페인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 방침이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그리스보다 낮은 금리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그리스와 달리 긴축 정책이 요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스에 큰 분노를 일으켰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조건의 재협상을 요구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이를 두고 "우리의 주장이 옳았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리스가 받은 구제금융은 평균 상환 금리가 6%대인데다 공공부문의 인력과 임금 삭감이라는 가혹한 긴축 재정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페인과 크게 비교된다고 시리자는 주장했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결정이 그리스의 선거 정국에서 시리자에 얼마나 득이 됐을지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구제금융 재협상' 주장에 힘을 실어줬음은 분명하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여기에다 독일판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선거운동 마감일인 15일 신민당을 찍으라고 노골적으로 편든 사설을 게재한 것도 양당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시리자는 이 사설을 두고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고, 편애를 받은 신민당은 오히려 역공을 부를까 걱정하며 불쾌해했다.

하지만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약속한 신민당에 이득이 된 사건도 있었다.

우파인 신민당은 지난 선거에서 외국인 추방 등을 공약한 극우파 황금새벽당의 득표율 6.97%가 몹시 아쉬웠던 참이다.

원내에 처음 진출한 황금새벽당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신민당은 18%대의 지지율을 더 높였을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황금새벽당의 대변인이 TV 생방송 토론 중 공산당 전 의원을 폭행해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폭력성이 드러나자 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섰을 것으로 신민당은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양당에 득표 또는 감표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번 선거가 '구제금융 재협상'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와 '유로존 잔류와 긴축 이행'이 가장 큰 쟁점이고, 유권자들도 결국 이런 점을 감안해 판단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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