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24일 발표하고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집은 있지만 이자가 부담인 하우스푸어와 전세금 급등에 고통받는 렌트푸어를 동시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 여부와 함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대출금 때문에 나온 급매물을 줄여 집값 하락세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집주인 덜 매력적, 세입자 도덕적 해이 우려”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대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목돈 들지 않는 전세제도’다. 집주인(임대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 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세입자(임차인)는 대출금의 이자를 금융기관에 납부하는 방안이다. 우선 대출금이 많아 전세가 안 나가는 집들은 전세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대출금이 집값의 60% 수준인 경우 불안해서 세입자들이 전세나 월세로 들어가기를 꺼리는데 이로 인해 빈집으로 방치된 집들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해서 임대를 주어 사는 이른바 ‘하우스푸어 집주인’을 확 이끌만한 매력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팀장은 “이 제도는 결국 은행이자를 세입자가 부담하게 되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앞으로 월세를 올릴 수도 없게 되고, 집주인의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크지 않아 손해 보면서까지 정부 정책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하면 공적금융기관이 이자 지급을 보증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세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보증금이 낮거나 없는 월세 제도를 도입할 경우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낼 수도 있어 집주인은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공공기관이 세입자들의 월세를 보증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세 대신 내는 은행이자의 수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조 팀장은 “아파트의 경우 월세 수익률은 2~3% 수준인데 반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5~6% 수준인데 차액은 누가 부담할지 의문”이라며 “시장 가격보다 월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할 경우에도 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구제해줘야 하나라는 형평성 문제가 크다”며 “어느 정도가 하우스 푸어인지 명확한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너도나도 신청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조민이 팀장은 “집집이 대출금액이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월세 분담에 대한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철도 부지에 임대주택 공급 “실제 효과 있을지 의문”

‘행복주택 프로젝트’로 이름 붙은 서민주택 공급대책은 실제 효과가 적을 것으로 봤다.

조민이 팀장은 “이미 서울시가 가진 ‘역세권 시프트’와 유사한 개념인데 이 역시 서울시 전세 시장을 전혀 진정시키지 못했었다”며 “현실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역세권 시프트는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 반경 250~500m 재개발 지역을 선정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늘어나는 가구 절반을 시프트(장기전세주택)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전임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됐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함영진 실장은 “수도권에 55개 역사가 있다고 하지만, 목이 좋고 그나마 괜찮은 곳은 민자역사로 이미 바뀌었고 남은 곳에 임대 주택을 공급한다고 해도 실제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원갑 팀장은 “코레일이 가진 정부부지에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현된다면 서민들에게 부담없이 싼 집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연금 신청 연령 확대 “사각지대 베이비 부머 도울 것”

주택연금제도 가입 조건을 현재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주택연금사전가입제도’는 조기퇴직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베이비부머의 지원에 도움은 되겠지만, 과도한 연금 신청에 따른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민이 팀장은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주택연금을 통해 소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퇴자의 생활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팀장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베이비 부머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함영진 실장은 “노인을 규정하는 연령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연금도 지급 시기를 늦추는 판인데 주택연금 지급 시기를 낮출 경우 과연 정부가 재원을 다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하우스 푸어 지분 매입 “급한불은 끄겠지만, 지속하긴 어려워”

하우스푸어가 가지고 있는 주택 지분을 최대 50%까지 매입하는 내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급한불은 끄겠지만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이 팀장은 “세일즈앤리스백과 달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라 소유권은 집주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위축감은 덜할 것”이라며 “소득도 보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기관이 계속해서 지분을 사들일 수 없는 만큼 대책 수혜층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팀장은 “당장 일부 층에 도움은 되겠지만 집을 되팔때나 경매때 매입한 지분을 얼마에 매각할지 문제가 복잡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집값 떠받치는 역할 할듯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대책들은 하우스 푸어의 부담을 덜고 베이비부머들의 부담을 덜어줘 시장의 급매물이 다시 들어가 ‘집값 떠받치기’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민이 팀장은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내는 방식이 될 경우 대출 때문에 급매물로 내놨던 물건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시세를 떠받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팀장은 “주택연금으로 공적 기관이 집을 사들일 경우 싸게 집을 팔아 노후를 대비하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