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치 하향 탐색중…실적달성 기업도 비상경영 돌입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내 경기위축으로 대기업 대부분이 올해 초에 세웠던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빨간 불이 켜졌다.


더군다나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쉽게 회복할 것 같지 않아 일각에서는 실적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시장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경제위기와 시장경쟁 심화로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경영목표 달성 '비상'…목표치 낮춰야 하나 =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대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은 어둡다.

특히 건설업계의 사정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고 공공 발주도 급감한데다 '믿는 도끼'였던 해외 발주마저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극동건설을 포함해 시공능력 평가 100위 권의 건설 기업 중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회사는 모두 21개 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GS건설은 상반기 해외 플랜트와 발전 환경 부문에서 대형 수주 실적을 올리는 등 선전했지만 3분기에는 내수 감소와 해외 경쟁 심화로 수주와 영업이익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물산도 하반기 수주를 계획했던 프로젝트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올해 수주 목표인 16조원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로 지역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국내 주택경기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내수 부진과 영업 규제 등 잇따른 악재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롯데그룹의 올해 전망은 지난 6월 비상 경영을 선포할 만큼 그리 밝지 않다.

그룹의 큰 축인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7.3% 하락했다. 2006년 이후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쇼핑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를 1조5천271억 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이는 당초 롯데쇼핑이 설정한 목표 영업이익 1조6천640억원은 물론 작년 영업이익인 1조6천629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다른 유통업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6%, 0.7% 감소했다.

항공업계도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상반기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2조8천200억원과 8천200억 원으로 세웠다.

상반기 매출은 6조2천699억원으로 연간 목표액의 절반 정도를 달성했지만 지난 1분기 988억6천4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296억3천600만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연초에는 매출액 5조7천350억원과 영업이익 4천5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반기 실적은 각각 2초8천463억원과 860억원에 불과했다.

항공업계는 그러나 3분기에는 여름 휴가철 대목이 포함돼 있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 업계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제 마진이 악화해 실적이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불황 지속으로 비상경영
세계적인 불황에도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은 올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분기는 물론 내년 초에도 경기 침체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돼 이들 기업은 위기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3분기에 시장 전문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8조1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매출은 52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27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유로 지역의 재정 긴축과 미국의 성장 둔화로 내년에도 불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4분기에는 애플의 아이폰5가 출시돼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작년부터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제품 경쟁력 강화·원가 절감·신흥 시장 수출로 유럽의 재정위기 위험 분산 등의 전략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 7천0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6%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LG전자도 유럽발 재정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작년 동기와 비교해 9%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로 잡은 700만대(현대차 429만 대·기아차[000270] 271만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현대차는 전년 동기보다 8% 증가한 318만대, 기아차는 같은 기간 8.4% 증가한 201만 대를 판매해 목표치의 74%를 달성했다.

더군다나 통상적으로 4분기에는 자동차 판매가 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들 기업이 당초 목표치를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액 32조7천968억원, 영업이익 1조8천526억원을 기록해 목표 실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가 예상하는 포스코의 3분기 전망치(연결 재무제표 기준)는 매출액 16조5천650억원, 영업이익 1조1천900억원인데 이는 작년 3분기 매출액 16조9천530억원과 영업이익 1조2천980억원과 비교해 소폭 하락한 수치다.

포스코 관계자는 "실적 달성을 위해 5월부터 물량 확보보다는 자동차 강판, 에너지용 강재, 전기 강판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의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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