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가구 급증

회사원 유모(44)씨는 10년 전 서울 창동에 있는 56㎡(17평형)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2년 후 주변의 방 3개짜리 아파트(112㎡)로 이사해 지금껏 살고 있다.

딸 둘을 둔 유씨는 집이 좁아졌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더 넓은 집으로 옮길 생각은 없다.

그는 "집값도 집값이지만 집이 넓으면 관리비만 많이 나오고 주말에 한 번 몰아서 청소하는 것도 더 힘들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금까지 평범한 직장인들에겐 10평형 후반대 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꾸몄다가 아이를 낳은 뒤 30평형 초반대 아파트로 이사하고, 아이들이 크면 40평형대 아파트를 노리는 것이 전형적인 주택 갈아타기 공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예전보다 가족 수가 줄어 큰 집이 덜 필요해졌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대형 아파트의 값이 오르리라는 믿음도 옅어졌기 때문이다.

1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가구 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 규모 축소 가능성 진단'이란 긴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유씨처럼 생각하며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계속 더 늘어나 주택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연구소가 꼽은 주된 요인은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총가구 수는 124만가구 늘어나지만, 중대형 주택의 주된 수요층인 4인 이상 가구는 오히려 64만가구 감소한다.


4인 이상 가구가 줄어드는 반면 1~2인 가구는 크게 늘어난다.

연구소는 "1~2인 가구 증가세가 예측보다 빨라져 현재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인 것이 20년 후엔 3분의 2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은 도시 지역에선 미혼·무자녀·이혼 가구가 늘고 있고, 도시가 아닌 지역에선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공급은 넘쳐난다. 2011년까지 5년간 분양된 전용 면적 102㎡(분양면적 38평형) 초과 아파트 수는 25만호에 달한다.

분양 후 2~3년 뒤 입주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3년간 중대형 아파트가 계속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다.

반면 KB연구소가 예측한 향후 5년간 102㎡ 초과 아파트 수요는 10만호에 그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 규제도 중대형 아파트 시장엔 계속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구소는 "대출 규제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소형 주택가격이 상승한 반면 중대형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다"며 "당분간 대출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형 주택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중소형 주택 월세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의 43%, 2인 가구의 19%가 월세에 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1~2인 가구가 증가하면 월세 시장이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주택 소형화 현상을 먼저 경험한 일본 사례에 비춰 봐도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점차 소형 주택 위주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소의 예측이다.

KB경영연구소 기경묵 책임연구원은 "일본 도쿄의 경우 평균 주택 면적이 2003년 64.5㎡를 기록한 후 2008년엔 63.9㎡로 줄었다"면서 "우리나라 수도권의 평균 주거 면적은 64.4㎡(2010년)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향후 큰 폭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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