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건국 이후 최대 개발 사업이라 불리는 30조원대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민간출자사들과 사업위탁운영사인 AMC가 저마다 다른 목소리와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사업방식 결정과 자금조달)마저 끄지 못하고 파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통합개발로 갈지 아니면 단계별 개발로 갈지에 대한 입장도 출자사들마다 다르고, 자금 조달 방법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 이런 가운데 용산역세권개발의 땅주인이자 최대 주주인 코레일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사실 여부가 엇갈려, 안 그래도 꼬인 용산역세권사업 개발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AMC 부도를 막기 위해 당장 머리를 맞대야 할 다급한 시점에서 각자의 주장만 난무할 뿐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 AMC측 “손해배상 소송 검토 vs 공식입장 아냐”

당장 AMC 측에선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한다”는 주장과 “논의 한적 없다”는 두 갈래 입장이 쏟아져 시장을 혼란케 하고 있다.

먼저 지난 31일 오후 AM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민간투자사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는 자료가 나왔다.

AMC 관계자를 인용한 자료엔 “코레일이 삼성물산의 지분 45.1%을 인수해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 사업 방식을 변경하려 하지만, 이럴 경우 기존의 공모형 PFV 방식의 계약을 처음부터 다시 맺어야 해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며 “AMC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민간투자사들의 손실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어 법무법인을 통해 손해배상 소송을 위한 법률 검토를 정식으로 의뢰한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현재 코레일과 민간출자사가 체결한 사업협약서에는 코레일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출자사 7명의 보통 결의(4명 찬성)만으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AMC측에서는 공식 성명서를 내고 “손해배상소송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AMC 측은 “손해배상소송을 검토하는 것은 AMC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이사회에서 논의조차 안 된 상황으로 사업 위탁시행사인 AMC는 출자사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송 당사자 지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민간출자사들끼리 협의를 해 소송을 검토는 할 수는 있겠지만, AMC자체가 소송에 나설 수는 없다”며 “AMC 차원의 소송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코레일 “소송은 민간출자사 간의 문제”

코레일은 소송은 민간출자사들 간의 문제이며 만약 소송에 가더라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송득범 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은 “소송을 검토하는 것은 민간투자사들이 결정해 정할 일”이라며 “제대로 주주 역할을 이행한 곳이 몇곳이나 되겠는가. 소송에 가더라도 코레일은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이미 사업부지 전체를 매각해 놓고도,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곳의 땅값과 이자까지 코레일이 받아간다는 롯데관광개발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송 본부장은 “삼성물산 지분 인수를 통해 사업 방식 변경이 결정되면 토지 계약과 이자 납부 방식 변경 등도 논의할 수 있다”며 “(롯데관광개발 측이) 되지 않는 쪽으로만 계속해서 주장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파산위기 고조에도 이사회 개최는 감감무소식

용산역세권개발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는 지난달 19일 이사회 무산 이후 향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드림허브는 12월 중순까지 종합부동산세 160억원과 토지중도금 반환채권 이자 140억원, 공사 대금 등 1300억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드림허브가 현재 가진 자본금 규모는 400억원 수준. 이사회가 열리지 못할 경우 파산을 맞게 된다.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벌이질 최악의 시나리오는 롯데관광개발 측이 주장하는 통합개발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이에 반발한 코레일이 이사진 3명을 전원 철수시키는 상황.

코레일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 7명이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만장일치로 CB발행을 결정하면 당장의 자금난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자금 조달이 코레일에 의존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출자사들까지 CB발행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코레일이 차후 협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자금 운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이사회를 통해 전환사채 발행이 결정되더라도, 자금 조달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11월 중순 전에는 반드시 이사회가 열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출자사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 기간이 최소한 2주 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이달 중 이사회가 개최돼야 디폴트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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