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는 일단 넘겨…주주들이 실제 CB 인수할지 의문

좌초 위기에 처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자본금 증액으로 한숨을 돌려 정상화 기대를 부풀렸다.

다만 실제로 증자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나 될지 불확실한 데다 사업 구조와 개발 방식에 관한 1·2대 주주간 갈등이 그대로 잠복해 있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8일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에 따르면 다음달까지 자금 마련에 실패한다면 곧바로 부도 수순을 밟을 전망이었다.

연말까지 각종 세금과 이자 등으로 지급해야 할 비용이 자본금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 드림허브의 잔고는 280억여원으로 오는 14일 재산세 60억원, 다음달 17일 종합부동산세 59억원과 금융이자 144억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해외 건축회사에 지급할 설계용역비 잔금 106억원과 토지오염 정화공사비 271억원까지 고려하면 파산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설계용역비를 주지 않으면 당장 국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 더이상 지급을 늦추기 어려운 형편이다.

토지오염 정화공사도 공사비 연체로 지난 9월부터 중단된 상황이어서 사업을 재개하려면 반드시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최악의 상황은 드림허브 긴급 이사회에서 2천500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계획을 확정함으로써 어느정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CB 배정을 원하는 드림허브 주주들은 다음달 12일까지 돈을 내고 CB를 인수하기로 해 종부세와 금융이자 납부 고민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CB 발행을 통한 증자에 성공하면 랜드마크빌딩 2차 계약금까지 받을 수 있어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코레일은 지난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랜드마크빌딩을 선매입하면서 2천500억원의 CB 발행이 완료되면 2차 계약금 4천161억원을 납부하겠다고 드림허브와 합의한 바 있다.

이 경우 6천60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일시에 마련할 수 있어 당분간 비용 걱정 없이 설계용역과 토지오염 정화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건축회사뿐 아니라 국내 건축회사들에도 밀린 설계용역비 30억원을 지급할 수 있고,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계획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CB가 성공적으로 발행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외 경기침체로 기존 주주들이 CB 인수에 얼마나 참여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라도 발행에 성공한다면 연말 세금과 이자 정도는 낼 수 있겠지만 사업을 본격 재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2천500억원의 CB가 전량 인수되지 않으면 코레일이 빌딩 계약금을 납부하지 않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또 드림허브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이 벌이는 자산관리위탁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 쟁탈전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현재 AMC의 지분율은 롯데관광개발이 70.1%, 코레일이 29.9%인데 롯데관광개발이 보유한 옛 삼성물산 지분 45.1%를 코레일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MC 경영권을 넘겨받아 현행 통합개발 계획안을 단계적 개발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 코레일의 계획이지만 롯데관광개발의 강한 반발로 심각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이번 이사회에서는 AMC 지분 인수 안건이 빠졌지만 다음 이사회 의안으로 상정될 것이 유력해 갈등 재개를 예고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CB 실권주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 결의된 내용만으로 급한 불을 다 껐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AMC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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