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원화강세, 수익성 낮고 기업규모 작은 업종엔 '직격탄'"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제품 등 국내 수출 주력 업종의 교역은 환율 변동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업종이 고전할 것이라는 업계 우려와 배치하는 결과다.

한국은행은 19일 '환율변동성의 수출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수출 결제가 대부분 외국 통화로 이뤄져 환율변동성이 확대되면 기업의 원화표시 채산성이 바뀌어 '어떤 형태로든'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수출기업들이 환율변동성 확대로 인한 채산성 관련 불확실성을 피하려고 수출물량을 축소할 수 있고, 채산성 위험이나 환헤지 등 환율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을 수출단가에 전가하면 수출가격이 올라 수출물량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변동성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주요인은 무려 7가지나 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환위험 헤지 정도, 환위험 흡수능력, 수입원자재 의존성, 다국적 기업성, 자본의존성, 제품 이질성, 생산조정의 용이성 등이다.

7개 요인을 각각의 수출 업종·품목에 적용하면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제품 등 대표 수출 업종·품목은 환율변동성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우선 반도체는 높은 수익성에 따른 우수한 환위험 흡수능력,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된 투자자금의 회수 유인, 규격화에 따른 제품의 낮은 이질성 등의 특성 덕분에 환율변동성의 영향이 없다.

자동차는 현지공장 및 판매망 확대로 인한 높은 다국적 기업성, 높은 자본 의존성으로 의미 있을 정도의 환율변동성의 영향이 없다.

철강·석유제품 역시 수입원자재 의존도가 높고, 중간재적 성격이 강해 제품 이질성이 낮으며 설비구축에 자본의존성이 높아 환율변동의 유의성이 없다.

환율변동성은 전체 수출 업종·품목의 수출단가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

변동성 확대분을 수출단가에 전가하지 않으려는 수출기업의 성향 때문이다.

보고서는 "대부분 수출상품은 일본 등 선진국 제품은 물론 중국 등 신흥시장국과도 경쟁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수출단가 인상은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므로 수출기업들이 단가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가전·기계류·화공품·경공업 등 수익성이 낮고 기업규모가 영세한 업종은 환율변동성의 영향이 크다.

정보통신·가전은 다국적 기업성은 높으나 수출제품이 휴대전화, TV 등 제각각 특성이 다른 완제품이어서 경쟁제품과는 이질성이 높아 수익성 등 환위험 흡수능력이 떨어진다.

화공품은 수입원자재 의존성은 높지만 제품 이질성이 강하고 자본 의존성이 낮은 점이, 기계류·경공업은 업체들의 영세성으로 환위험 흡수능력이 떨어지고 자본의존성이 낮은 점이 각각 환율변동성에 취약한 요인이다.

보고서는 "전체 수출의 관점에서 보면 수출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율변동성 요인은 환위험 흡수능력"이라며 "따라서 국내 외환시장의 기반을 확충해나갈수록 부정적 영향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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