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원유 54퍼센트 되팔아… 무역 기여도 17퍼센트 ‘효과’

올해 석유제품은 조선·자동차·반도체를 제치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제품에서 파생된 석유화학제품도 수출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자동차, 전자, 건설, 섬유 등 주력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기간산업이기도 하다.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분야의 수출 실적과 전망을 살펴본다.

석유화학산업의 전초기지인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석유제품에 이어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신흥국의 수요 증가와 국내 업체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전초기지인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석유제품에 이어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신흥국의 수요 증가와 국내 업체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집계한 10월 수출입동향에서 ‘석유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27.7퍼센트의 수출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은 51억9천6백만 달러로 반도체 46억 달러를 제치고 우리나라 13대 수출 주력 품목 중에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4백68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0퍼센트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석유제품을 가공하여 만든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10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6.9퍼센트가 증가한 39억 달러(1~10월 누적: 3백81억 달러)로 무선통신기기(18.6퍼센트), 가전(7.0퍼센트)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출증가 목록에 올랐다.

올 들어 최고의 수출 효자품목 떠올라

‘석유산업’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하여 가솔린, 나프타(납사), 등유, 경유, 벙커C유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산업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석유제품이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각종 기초유분(에틸렌, 프로필렌, BTX 등) 혹은 중간원료를 생산하고, 나아가 그 원료로부터 석유화학 소재인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의 원료를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지식경제부는 석유제품 수출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중남미와 아세안(ASEAN) 등 신흥국의 수요 증가와 수출단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가율을 보면, 중남미 지역의 수출이 전년 대비 1백6.9퍼센트가 늘어났고, 이어 ASEAN 72.1퍼센트, 일본 13.2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단가는 2011년 10월에 배럴당 1백19달러였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백24달러로 상승했다.

지식경제부는 또한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합성수지와 합섬원료 수출은 중동산과의 가격경쟁 심화로 감소하였으나, 기초유분 및 중간원료 수출 확대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였다고 분석했다. 기초유분은 중국 내 공장 증설로 올해 들어 꾸준하게 수출이 증가해 왔다.

석유제품은 유가상승·수출다변화 효과

대한석유협회는 “석유제품(휘발유, 경유 등)은 올해 들어 10개월째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제품은 2011년 5백16억 달러의 수출 실적으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제품 가운데 선박 5백65억 달러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랐지만, 올해 들어 최고의 수출 효자품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이 같은 석유제품의 수출 호조가 국제유가 상승과 더불어 국내 정유기업들의 수출 다변화 노력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최대 수요처인 중국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무려 18퍼센트나 감소했지만,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으로 수출은 72퍼센트나 증가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석유제품이 국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0퍼센트(반도체는 약 9퍼센트)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1년 우리나라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액이 원유 수입액의 54퍼센트에 이르는데 이는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17퍼센트 정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제품의 수출 상승세는 올해까지 이어져 선박류, 자동차, 반도체, 일반기계 등의 주요수출 품목을 제치고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협회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출액이 역대 최고인 5백50억 달러에 달해 올해 수출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석유제품이 한국 수출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정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석유화학 분야도 신흥국 수요와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수출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개발에 따른 석유화학 수요 증가로 유화제품(수지, 원료, 고무 등) 수요가 2001년부터 연평균 10.8퍼센트씩 성장하여 2011년에는 1억3천만 톤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석유와 석유화학 업체가 2000년대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확대에 대응해 온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13년의 주요 산업에 대한 경기를 전망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경제주평>이란 보고서에서 “건설업과 조선업, 자동차 산업 등의 경기가 하강이나 불황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석유화학산업은 국내경기 회복과 중국 등 신흥시장 수출에 힘입어 2013년에도 다른 업종에 비해 경기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화제품은 저가공세 등 환경급변이 변수

하지만 석유화학 수출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정범식 회장은 지난 10월 31일 ‘화학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중동지역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와 북미지역의 셰일가스(혈암에 함유된 천연가스) 생산 확대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런 우려에 대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셰일가스 같은 천연가스 시대의 도래에 따른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저가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나 원료가 저렴한 지역의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주요 타깃 산업인 석유화학 업종은 탄소저감 같은 환경문제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글·사진:위클리공감]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