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한 새마을금고 명예이사장은 2009년부터 40여 차례에 걸쳐 담보물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134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한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

공시지가가 1300여만원에 불과한 야산을 감정평가도 받지 않은 채 담보로 잡고 3억9000만원을 대출하면서 뒷돈을 받기도 했다.

이 금고는 결국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작년 말 자진해서 청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나 다른 상호금융에서 이런 정도의 부실은 일주일에 한두 개꼴로 벌어진다"고 말했다.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이른바 상호금융조합의 부실이 날로 커지면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우려되자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 사태 때 취했던 1단계 조치에 착수했다.

3700여개 단위 조합을 점검해 위험이 큰 곳을 추려낸 뒤 중점 관리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처럼 대규모 부실 사태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부실 솎아내기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31일 기획재정부·농림수산식품부·행정안전부·산림청·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들과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호금융 건전성 감독 강화 방향'을 발표했다.

상호금융조합은 2012년 9월 기준으로 새마을금고 1432개, 신협 953개, 농협 1165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36개 등 총 3776개에 이른다.

또 상호금융의 총자산은 2008년 말 316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450조2000억원으로 4년 새 45% 급증했다. 저축은행이 정점이던 2010년 말 자산이 86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그 5배가 넘는다.

◇저축은행과 세 가지가 판박이

상호금융의 문제는 저축은행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정부의 혜택과 고금리에 힘입어 여유자금이 몰리고, 그 돈을 경험도 없이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다 보니 부실이 커지는 악순환이다.

상호금융이 받는 대표적인 혜택은 예금에 대한 이자소득세(14%) 비과세 혜택이다.
2000만원이던 비과세 한도는 2009년엔 3000만원으로 50%가 늘어났다.
고금리를 주는 점도 저축은행과 비슷하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상호금융의 세후 평균금리는 연 3.7%로 은행(2.9%)은 물론 저축은행(3.3%)보다도 크게 웃돈다.

상호금융의 수신액이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50% 가까이 늘어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수신액은 1023조원에서 1216조원으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 당국은 상호금융에 적용하는 비과세 혜택이 2015년까지로 연장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호금융에 예금이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쏟아져 들어오는 돈을 굴릴 곳이 없어 위험한 데로 굴리는 바람에 부실이 커지는 것도 저축은행과 판박이다.

작년 6월을 기준으로 할 때 연체율이 4.0%에 달해 은행(1.1%), 신용카드(2.0%), 보험(0.8%)을 크게 웃돈다.

또 작년 6월 기준으로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 중 집을 경매로 넘기더라도 금융회사가 대출금을 모두 회수할 수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 대출이 6조1000억원에 달해 전체 금융권(13조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조합의 10% 정도가 이미 부실화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저축은행과 달리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아니라 단순히 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건전성을 따지는데 이 비율이 2%에도 못 미쳐 경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곳이 전체의 10%인 370곳쯤 된다"고 말했다.

신협의 경우 953개 가운데 18%인 169곳이 경영 개선이 필요한 부실 조합에 해당한다. 상호금융의 문제가 저축은행보다 심각한 것은, 상호금융의 주무 부처가 금융감독원·행정안전부·농림수산식품부·산림청 등 4개 기관으로 쪼개져 있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상호금융

조합원들로부터 예금을 받고, 이 자금을 다른 조합원들에게 싼 이자로 빌려줌으로써 조합원 상호 간의 자금 융통을 돕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돼 3000만원 이하 예금에 대해선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등 세제상의 혜택을 주고 있다. 조합장은 직선으로 선출되고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데, 금융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