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미래를 만드는 직업




"정치는 미래를 만드는 직업입니다 ! 세상은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2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다음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연설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형오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정운찬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구촌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새로운 윈도우 운영체제를 발표하던 날, 그날 세계의 대통령은 빌 게이츠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도 이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처럼 아련해졌습니다. 이렇게 빨리, 거센 변화가 우리를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휴대전화가 세계 1등이라고 자부해왔는데 어느새 스마트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이제 소프트웨어를 창조하는 이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주 다보스에서 돌아왔습니다.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 세계 여러 나라의 대통령과 많은 경제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왜 스위스의 산골짜기 다보스를 찾아 왔을까요? 다보스에는 변화하는 세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미래를 기다리거나 단순히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미래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치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치라는, 공직에 몸담는 것은 고귀한 헌신이고 봉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정치는 어떻습니까? 이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선진국 진입의 걸림돌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말 그대로 앞서 나가는 나라입니다. 눈길에 첫 발자욱을 남기듯, 첫 걸음을 과감하게 내디딜 수 있는 나랍니다. 그 전위대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일본보다 더 많은, 무역흑자 400억 달러를 성취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원전수출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올 11월에는 G20 정상회의를 의장국자격으로 엽니다. 88서울올림픽은 냉전체제를 무너뜨린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는, 한때 식민지역사와 오랜 가난의 고통에 짓눌렸던 대한민국이 세계중심국가로 우뚝 설 역사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국회도 G20 특위를 구성해 의원외교를 활발히 펼쳐서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해야 합니다. G20 성공을 위해 우리 국회는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세상의 숨 가쁜 변화에 함께 하기보다는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더 넓은 바깥세상을 보지 않고 오로지 현미경으로 다음 선거만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폐쇄적 하드웨어를 주로 시장에 내다파는 사이에 세상은 개방적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모바일 혁명중입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우리는 등을 돌리고 있는 셈입니다.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반도체 D램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61%입니다. TV는 36%, 조선은 34%, 휴대전화는 31%입니다. 자동차는 터키에서는 1위, 중국과 인도 등에서는 2윕니다. 메이드인코리아는 일류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자신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외려 많은 분들이 우리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이루는데 정치가 훼방꾼인 셈입니다. 정치의 위기는 정치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위기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우리의 임무는 막중하며 우리의 사명은 신성한 것입니다. 여당은 거수기로, 야당은 무조건 반대라는 모습으로 비춰져서야 되겠습니까? 국회의 새로운 위상을 찾아야 할 땝니다. 여야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개방과 창조를 바탕으로 선진국의 꿈을 우리의 현실로 만듭시다.

문제는 정치입니다. 정치의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다양한 부문에 변화의 속도를 매겼습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인데, 정부조직은 25마일, 학교는 10마일, 법은 1마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 정치는 어떻습니까? 앞으로는 커녕 뒷걸음질 치는 듯합니다.

정당들은 매번 총선마다 물갈이 공천을 했고, 국회는 절반이상의 의원이 바뀌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사람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국회의 위상은 날개 없이 추락했습니다. 국민을 위해 고생하고 일하는 국회가 아니라, 저자거리 싸움판처럼 국회는 비춰졌습니다. 해마다 통과시키는 예산안을 놓고도 폭력배의 패싸움 못잖은 육탄전이 벌어집니다.

이런 국회에서 무슨 국가백년대계를 논하겠습니까? 미래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법과 제도를 통해 정치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우리 정치는 과감한 자기수술을 해야 합니다. 의회폭력이란 말 자체를 영원히 추방해야 합니다. 국회에서 폭력을 휘두른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케 하는 강력한 법적조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국회선진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이 법안은 우리의 부끄러움이 만든 국회 반성법입니다. 국회폭력에 대해 이 나라 국회의원이 어떤 변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 한나라당도 이 허물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법안은 최소한의 국민 여망을 담았을 뿐입니다. 이번 국회가 정 부담스럽다면 법안처리는 이번 18대에서 하고 시행은 19대부터 해도 좋습니다.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243분의 의원들께서는 선거를 통해 지역구민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단 한 표라도 이기면 의원이 됩니다. 선거결과는 엄중한 것이고 승복은 선거에서 상식입니다. 선거야말로 승자독식의 속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억울하고 불합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표라도 표로써 심판받는 것이 선거입니다. 국회에서도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물론 다수결은 최선이 아니라 차선입니다. 그러나 이 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선거결과에 복종해야 하는 것입니다. 국회폭력은 말 그대로 국민에 대한 폭거입니다. 우리 정치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다음 선거를 기다리며 다수결의 원칙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국회예산결산위원회의 상설화를 제안합니다. 예산심의는 국회 본연의 매우 중요한 임뭅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국회가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겨우 5차례에 불과합니다. 작년에도 12월31일에야 예산을 처리했습니다.

저는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일반상임위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국회법에서 규정하는 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을 의무조항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개방과 관용의 여야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여야가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최근의 여야관계는 날로 나빠지고만 있습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님께 제안합니다. 우선 만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의원직 사퇴를 거둬들이고 국회로 돌아오십시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것을 정례화시키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국회 식당도 좋고 시내 포장마차도 좋습니다. 장소, 형식, 의제를 가리지 않겠습니다. 정치는 만남이고, 특히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이며 대화 아니겠습니까?

투명한 정치는 투명한 공천제도에서 이뤄집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 올 6월 열리는 지방선거에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 정당이 할 수 있는 가장 으뜸가는 개혁은 공천개혁입니다. 지금의 공천제도는 정당을 일종의 먹이사슬구조로 만듭니다.

그 일차 피해자는 좋은 정치인입니다. 선택받아야 마땅한 정치인이 '회원제 클럽'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입니다. 물론 최종적 피해자는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계파의 수장은 공천과정을 자기 세력확장의 장으로 만듭니다. 비례대표는 물론이고 지역구까지 계파의 판짜기, 나눠먹기 판이 되니 이보다 비상식적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 18대 총선 때 공천결과 발표 후 여야 모두 공천결과에 대해 어떤 분은 "속았다"고 했고, 어떤 분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 씁쓸한 기억입니다. 18대 총선의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한 의원은 "정치도 모르고 지역도 모르고, 의원 개인도 모르는 사람들이 칼을 휘둘러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격정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공천제도,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밀실 공천 제도를 환한 햇살아래 내놓겠습니다. 계파라는 후진성을 햇볕으로 소독하겠습니다. 공천과정을 투명하게 하겠습니다. 우리 정당의 문제로 또 하나 지적되는 점이 당원은 있지만 당원의 역할은 없다는 것입니다. 당원들은 정당의 주인이 아니라 동원의 대상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저는 당원들이 당의 주요 결정에 자발적이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열겠습니다. 공천과 같은 공직후보 결정과정에서도, 세종시 문제와 같은 중요 현안을 결정할 때도 당원들이 당당하게 참여하게 할 것입니다. 이 길만이 정치를 향한 열정이 식은 시대를 되살리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의무만 있고 권한은 없는 한, 누가 정당의 당원을 하겠습니까? 당원과 주민들의 의견을 고루 반영하는 국민참여선거인단 제도를 정착시키겠습니다. 공천배심원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과 선출직 공직자들을 줄 세우는 낡은 구태는 없어질 것입니다.

야당도 공천개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국민경선제의 도입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전적으로 환영합니다. 다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공천개혁은 각 정당의 재량에 맡겨두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강제조항으로 법에 규정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여야가 함께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여성정치참여확대야말로 진정한 정치발전입니다.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여성들이 나오고 또 당선되었으면 합니다. 여성이 정치에 많이 참여하면 생활정치가 확산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확대되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 특히 정치 분야가 중요합니다.

프랑스의 경험은 좋은 참고가 됩니다. 프랑스는 헌법까지 고치면서 남녀동수법(La parité)을 만들어 지방의회 여성의원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선진국들은 많은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도록 여성참여쿼터제를 정치뿐만이 아니라 경제 분야에까지 넓혔습니다. 최근 프랑스 국민의회는 상장기업과 공기업의 이사 40%를 여성으로 채우는 '여성임원쿼터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노르웨이는 이미 2006년부터 공기업 이사의 40%를 여성이 차지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2008년부터는 상장기업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역시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벨기에, 영국, 독일, 스웨덴 등도 법제화를 준비 중입니다.

지난해 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방의회 선거에서 각 지역구마다 최소한 한 사람의 여성은 의무적으로 공천토록 하는 안을 의결했습니다. 그러나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벌칙 조항이 삭제되어, 자칫 법안의 실행이 유명무실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벌칙 조항이 있든 없든 저희 한나라당은 모든 지역구에서 최소 한사람 이상의 여성을 공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초의원 선거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것도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적극적인 검토를 기대합니다. 권력을 분산하는 새 헌법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 87년 개헌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더 늦기 전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헌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통일과 선진화 시대를 선도하는 차원에서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상시 대선체제입니다. 국회가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한 대기체제입니다. 여야는 늘 대립하고 국회는 권력투쟁의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이제 선진국을 향한 새 헌법을 만들 땝니다. 여야가 개헌처럼 중요한 의제로 머리를 맞대면 국회의 격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헌법이든 법률이든 집권자의 형편대로 개정되곤 했습니다. 또 민주화이후에는 각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논의가 좌우됐습니다. 개헌의 시기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이미 많은 국회의원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는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야가 개헌에 의지가 있다면 일단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이번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고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개헌절차에 들어갑시다. 올해 안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 지으면 내년 2월초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종시, 마음을 열고 대화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 정부가 세종시 발전방안을 마련해 내놓은 지 20여일이 되었습니다. 세종시 문제는 충청지역은 물론 국가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입니다. 야당은 세종시가 좋은 기업들과 사업들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충청지역에 가서는 정부안은 빈껍데기라고 비난합니다.

아무것도 빨아들이지 못하는 블랙홀이라는 이야긴데 정말이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요즘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들께서는 한나라당을 더 걱정하시는 줄 압니다.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나라당 안의 의견 차이는 문제에 대한 진단은 같은데 처방에 있어 조금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수술을 해서 대못을 뽑아내느냐, 아니면 그냥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할 것이냐의 차입니다. 저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모든 당원들과 모든 것을 터놓고 모든 것을 다 짚어가며 한나라당의 세종시 처방전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우리는 세종시가 지닌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약속지키기'와 '국가의 미래'라고 하는 두 개의 가치 사이의 딜레마입니다.

저는 이 문제처럼 우리 정치사에서 윤리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 사안이 그리 흔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대한 약속'이냐, '미래에 대한 책임'이냐,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윤리적이고 철학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단순화된 정략적 구호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현실 속에서의 선택과 판단의 문제를 단순하게 흑과 백, 긍정과 부정의 논리로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약속의 준수는 그것 자체로는 선합니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성적으로 따져야 하고 냉철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하나의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재고하는 일이 반드시 나쁜 일인가 하는 고민도 해보아야 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틀릴 수 있는 가능성 속에서 선택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선택은,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진통이며 과정인 것입니다. 제2의 6.25라고 했던 IMF 사태 이후 실시됐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50% 정도는 IMF 사태의 책임이 정치인에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늘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고 합니다.

사실은, 자신의 의욕과 야심에서 국가대사를 자기본위로 해석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 정말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나라가 정치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깨달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이제부터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세종시는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야 할 문제입니다.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최선의 안을 도출하는 것이 국회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국회의 역할을, 이 나라 정당과 정치인의 정치적 능력을 보여줘야 할 문제입니다.

세종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마음의 담은 허물고, 논의의 문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상대를 인정하고 귀를 기울이는 기본자세가 필요합니다.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앞으로는 더 이상 세종시와 같은 국가적 낭비를 불러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권력구조 속에서는, 차기 대선에서도 또 다른 '세종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군사 모험주의를 포기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 남북관계는 특수한 이중관계로서, 우리는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협력의 대상이자 경계의 대상입니다. 북핵 해결을 우선하면서 정상적인 남북 경협과 인도적인 지원은 꾸준히 지속해야 합니다.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과 북한이탈주민 보호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용납하지 않고,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무력 도발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무너졌습니다. 핵무기는 개발 자체가 우리에 대한 엄연한 정치적 위협이며 군사적 도발입니다.

지금 그 결과는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우리 젊은이들은 통일에 무관심합니다. 북한의 핵 위협은 더 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군사체제가 변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적대적 관계인 두 나라 사이에서는 일반적으로 engagement policy라는 정책이 펼쳐집니다. 우리말로 직역을 하자면 접촉유지정책, 혹은 화해교류정책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7.4공동성명 이래 여소야대 시절이던 노태우정부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정부에서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도 모두 기본적으로는 화해교류정책의 하납니다. 북한이 변하지 않고는 진정한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합니다. 북한에 이 점을 분명히 일깨워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해 선-군정치를 선-경제정치로 바꾸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북한이 NLL을 향한 포 사격과 같은 군사 모험주의로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사법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 요즘 국회폭력사건, 왜곡편파보도사건이 잇달아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국민 절대 다수의 법 감정에 반할 뿐 아니라, 법원 스스로 독립성을 무너뜨린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법원의 독립은 법관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 독립입니다. 현재 우리 법원의 모습은 그 무엇에도 견제되지 않는 권력, 책임지지 않는 권력일 뿐입니다. 사법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법원에서도 스스로 개선책을 내놓아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 한나라당은 서민중심, 중산층 육성정책을 최우선순위로 추진할 것입니다. 경제회복의 따스한 기운이 서민들의 생활 속까지 확실하게 전해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우선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실물경기의 회복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회복이 미래를 위한 투자증대와 고용증가로 이어져야 합니다. 청년실업이 해소되고 서민생활이 안정되게 해야 합니다. 저희 한나라당과 정부는 확장적 거시정책기조를 지키면서 일자리만들기를 위한 치밀한 계획을 실천할 것입니다.

자치단체장들도 일자리만들기에 주력하면 나라 전체의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나라당은 자치단체장이 일자리 목표를 공약하고, 임기 중에 공시한 일자리 목표를 달성토록 하는 '일자리 공시제'(가칭)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번 지방선거 후보를 공천할 때 어떤 일자리공약을 내세우는지 꼼꼼히 보겠습니다.

바람직한 것은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를 활발히 하도록 신성장 동력산업과 원천기술 분야의 R & D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세계최고 수준인 20∼30%로 올렸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는 취업을 하면 기존의 모든 지원을 끊는 바람에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잖습니다.

최저생계비를 조금 웃도는 벌이라서 혜택을 잃으면 참 어렵게 됩니다. 살고 있던 임대 아파트에서도 나가야 하고, 저렴했던 병원비도 엄청나게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일을 하는 것이 일을 안 하는 것보다 오히려 손해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기초생활 보장이 '한번 수급자'를 '영원한 수급자'로 만드는 덫이 되어선 안 됩니다.

1만8000 기초수급자 가구에 월 30만원, 3년간 총 1000만원을 지급하는 희망키움통장을 활용하여 기초수급자라도 기꺼이 일을 하면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합니다. 저출산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최대의 위협입니다. 한나라당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우선 보육료 지원 대상을 모든 중산층까지 점점 넓히겠습니다. 특히 맞벌이와 아이가 많은 가정의 부담을 정부가 덜어드리겠습니다. 민간 보육시설의 시설과 서비스를 국공립 수준으로 높이고, 보육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직장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직장 안의 보육시설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아이를 돌보는 근로자의 유연한 근무형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출산휴가를 마치고 갓난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 역시 많이 만들겠습니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신 한일전기 주식회사는 직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이 회사는 직장 안에 어린이집을 운영하여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 회사는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3개월 된 영아부터 학교를 마친 어린이들까지 잘 돌봐주는 어린이집을 운영하여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여직원들이 아이 걱정 없이 전념하게 돼 회사의 생산성이 크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사례가 더 많은 사업장으로 확산되도록 할 것입니다.

공교육 개혁에 시동을 걸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동료의원 여러분, 우리 민족의 높은 교육열은 오늘 우리 경제성장의 디딤돌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은 무너졌습니다. 국민들은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투자입니다. 경쟁력 있는 공교육을 확고히 다져놓아야 국민들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획일적 평등주의에 의한 공교육의 하향평준화는 주로 저소득층 자녀의 실력 향상 기회를 박탈합니다. 그 결과는 저소득층 자녀가 자라서 다시 저소득층 부모가 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됩니다.

 지난 달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대학생에 대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관련 법을 통과시킨 것은 교육의 기회 균등 측면에서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다만, 현재의 이자율(5.7%)에 대해서는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에 이자율을 낮출 수 있는 보완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겠습니다.

재미교포인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의 교육개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미셸 리 개혁의 골자는 학교와 교사를 바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교사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바꿔 뛰어난 교사는 큰 상을 줬고 무능한 교사는 해고했습니다. 일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의 20%는 문을 닫게 했습니다.

저는 이런 과감한 조치가 지방의 어느 소도시가 아니라 바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이루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미셸 리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교육정책은 너무 한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듭니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교원평가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통과시켜 국민들이 원하는 공교육 개혁에 시동을 걸겠습니다.

존경하는 여야 동료 의원 여러분, 올해 임시국회에서 취업 후 학자금 관련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해서 얼마나 보람이 컸습니까?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공부하자고 하는 젊은이들의 미래를, 인재를 키우는 미래를 만들었습니다. 상임위마다 수북이 쌓여있는 민생법안들을 이번 국회에서 시원하게 처리합시다.

G20 특위를 여야가 힘을 모아 구성하고, 아이티 사태를 거울삼아서 재난과 질병 예방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도 우리 국회가 앞장서서 추진합시다. 정치 본연의 몫과 역할을 찾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형오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정운찬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아이티 지진을 보면서 저는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16만명의 국민이 건물더미에 깔려 죽어 가는데 속수무책인 아이티도 한때는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중에서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민주화가 될수록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 더 절실해 집니다. 민주화된 국가의 리더십이 포퓰리즘에 발목 잡혀선 안 됩니다.

포퓰리즘 아래서는 법치가 힘을 잃고, 자유와 민주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옛소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서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가 포퓰리즘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정치는 이제 정치 본연의 고귀한 역할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민의 꿈을 실현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올 한해 또 어떤 시련이 우리에게 닥칠지 모릅니다. 어떠한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바로 우리 정치인들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후손들, 미래의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삶에서부터 가정, 사회에 이르기까지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도록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만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젊은 청년들에게 당부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산업화의 주역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민주화의 주역이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선진화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 10년을 놓치면 그런 기회가 다시 안 올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미래의 주역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 정치도 여러분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변화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후손과 그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치 본연의 몫과 역할을 찾아 모든 이 자리에 있는 의원들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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