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한화' 투자 올스톱 시켜서는 안돼

재계 10위의 한화가 김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내에서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한화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중인 이라크 신도시 개발을 비롯해 태양광 사업에 차질이우려된다. 한화 그룹은 김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금암 실장 중심의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큰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

15일 김승연 회장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1년 줄었지만 징역 3년형을 선고받으면서 한화그룹의 총수 부재가 한동안 장기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화는 최금암 경영기획실장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업들이 올스톱된 상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다소 희망을 걸었던 한화그룹의 관계자들은 2심에서도 김 회장에게 집행유예 없는 실형이 선고되자 실망과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회사 측은 “재판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김 회장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배임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본 것은 유감”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화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로 2012년 8월 김 회장이 구속된후 한화의 비상경영 체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건강의 악화로 정상적인 수형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김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항소심 법원이 비록 구속집행정지를 유지했지만 회사 업무 복귀는 법적으로나 사회통념상으로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는 그룹 경영기획실장인 최금암 부사장이 재무, 전략, 인력, 법무 등 각 팀장들과 그룹 현안을 조율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사안은 뒤로 미루고있는 상태다.한화 그룹내 각 계열사들은 자율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신은철 부회장이 임원 중 가장 선임이지만 경영환경이 워낙 불투명해 최 부사장이 이끄는 비상체제를 바꿀 만한 형편이 안 된다”며 “현재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그룹 전체의 위기대응 속도와 능력 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내부적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 구속 이후 한화는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투자 계획은 전면 중단한 상태다. 비상경영 체제가 지속될 경우 그룹의 미래가 걸린 사업에 대한 결정이 모두 중단될 처지여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해 5월 9조4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 수주와 8월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 이후 신사업 소식이 전혀 없다.

이미 4월 중순이지만 올해 투자 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라크에선 발전소와 정유시설 등에 대한 추가 수주 작업이 멈췄고, 독일 주정부와 연구·개발(R&D) 지원책을 논의하려던 한화큐셀의 계획도 유보됐다. 태양광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중국 등 해외로 분주하게 드나들었던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은 요즘 국내에만 머물고 있다.

올해 1월 비정규직 2043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고, 지난달엔 36개의 점포를 가진 계열사 커피체인 빈스앤베리즈를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동반 성장에 발 벗고 나섰지만 법원의 선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한화는 더이상 주인의 공백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개인 김승연 회장의 한화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기업 한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도 지금의 한화가 해야 할 일임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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