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우 천금의 동점골'


	5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한국과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김치우가 후반전 동점골을 넣고 있다./뉴스1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오전 2시30분(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6차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김치우의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국은 3승2무1패(승점 11)로 우즈베키스탄(3승2무1패 승점 11)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6, 우즈베키스탄은 +2다.

지난 2011년 11월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5차전에서 레바논에 1-2로 패한데 이어 다시 한 번 '베이루트 참사'를 경험하는 듯 했지만 위기에서 김치우가 구했다.

전반 12분에 하산 마툭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후반 45분이 끝날 때까지 동점골을 넣지 못해 패색이 짙었지만 김치우가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왼발 프리킥 골을 터뜨려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레바논은 1승2무4패(승점 5)로 최하위에 머물러 남은 경기결과에 관계없이 탈락이 확정됐다.

이동국(전북)이 원톱으로 나섰고 김보경(카디프시티)이 그 뒤를 받혔고 이근호(상무)와 이청용(볼턴)이 측면에 포진했다.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김남일(인천)은 한국영(쇼난 벨마레)과 호흡을 맞췄다. 김치우와 신광훈(포항)이 좌우를 책임졌고 중앙 수비는 김기희(알 사일리아)와 곽태휘(알 샤밥)가 맡았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과 세트피스 수비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보완이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공격에서는 골대 불운이 이어지면 골 결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골대만 3차례 때렸다.

레바논은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으로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한국은 노련하게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밀리지 않았다. 기회도 잡았다. 전반 9분 이동국이 레바논 수비수 2명과 경합해 만든 찬스에서 때린 왼발 슛이 골키퍼 선방에 걸려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선제골은 레바논의 몫이었다. 레바논은 전반 12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왼쪽 측면을 흔들었고 슈팅 후 흐른 공을 하산 마툭이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 불안이 한몫했다. 특히 오른쪽 풀백에 위치한 신광훈이 흔들렸다. 레바논에 첫 골을 내준 공격 방향이다.

전반 23분에는 수비진의 패스 미스로 결정적인 위기를 맞기도 했다. 레바논은 선제골 이후에 더욱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간간이 밀어붙이는 압박이 상당했다.

반격을 시작한 한국도 기회를 잡았다.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이청용이 전반 24분에 이동국과 2대1 패스플레이를 한 후에 때린 왼발 슛이 오른쪽 골포스트에 맞고 나왔다. 이동국이 흐른 공을 2차 슛으로 연결했지만 수비수 몸에 걸렸다.

전반 32분에는 이근호의 크로스를 이청용이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곧장 이어진 공격에서 김치우가 위력적인 프리킥을 때리기도 했다. 골키퍼의 손에 막혔다.

이동국은 전반 종료 직전에 결정적인 기회를 날렸다. 이청용으로 시작해 김보경을 거쳐 온 찬스에서 이동국의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은 한국은 5분 만에 한국영을 빼고 196cm 장신 김신욱(울산)을 투입해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는 장점을 부각했지만 전반에 보여줬던 골 결정력 부재는 여전했다. 후반 9분 김보경의 슛이 골키퍼에 걸렸고 13분에는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김신욱의 헤딩슛이 골문을 빗겨갔다.

공격에서 물꼬를 트지 못하자 최 감독은 후반 25분에 이근호를 대신해 카타르와의 5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손흥민(함부르크)을 투입했다.

골대 불운이 또 나왔다. 후반 26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곽태휘가 헤딩슛을 연결했지만 이번에는 왼쪽 골포스트에 맞았다.

이후에도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가 펼쳐졌다. 레바논은 선 수비, 후 역습으로 경기를 풀었다.

35분에도 골대를 때렸다.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곽태휘의 헤딩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나오는 것을 이동국이 왼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포스트에 맞고 나왔다.

손흥민은 후반 38분에 왼발을 살짝 갖다 대기만 하면 골로 연결되는 완벽한 기회를 놓쳐 큰 아쉬움을 남겼다.

최 감독은 후반 40분에 김보경을 빼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해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그래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레바논은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로 한국의 추격을 뿌리쳤다. 패색이 짙었다.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7분도 길지 않아 보였다. 종료 휘슬이 울릴 무렵에 기적이 연출됐다.

레바논의 페널티박스 정면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치우가 정확하고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레바논 수비수 몸에 굴절이 돼 운도 따랐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이란이 카타르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란(3승1무2패 승점 10)이 3위, 카타르(2승1무4패 승점 7)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이달 11일 우즈베키스탄, 18일 이란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최종예선 7~8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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