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는 5일(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후반 52분 터진 김치우의 프리킥 골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골득실차로 제치며 A조 선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레바논전 같은 경기라면 남은 2번의 홈경기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만큼 졸전이었다.


조직력 부재, 용병술 부재, 불운 '3不'이 만들어낸 졸전이었다.
중동축구를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있다.
개인기가 좋은 상대의 기를 살려줘서는 안된다.
초반부터 철저한 압박을 통해 상대의 예봉을 꺾어야 한다.
전방부터 수비까지 전형을 컴팩트하게 유지하며, 2~3명이 상대를 둘러싸는 것이 효과적이다.
강한 압박이 상대에 부담을 주기 시작하면 공격도 살아난다.
중동의 수비는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최강희호는 레바논전에서 조직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으로 조직력이 약해진 레바논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개인 돌파 밖에 없었다.

오히려 한국이 레바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다.
공수 간격은 넓었고, 미드필드와 공격진의 유기적인 압박은 존재하지 않았다.
헐거운 수비와 넓어진 공간에 레바논 선수들은 자신있게 일대일 공격을 즐겼다.
중원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김남일 카드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수비가 흔들리다보니 공격도 자신있게 하지 못했다.
이청용만이 고군분투 했을 뿐이다.

용병술도 아쉬웠다.
최강희 감독은 당초 예상과 다른 베스트11을 꺼내들었다.
기조는 안정이었다.
수비력과 안정감이 좋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동국을 원톱에 세우고 오른쪽에 이청용, 왼쪽에 이근호을 배치했다.
김보경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한자리에는 예상대로 김남일이 포진했다.
그의 파트너는 당초 유력했던 이명주 대신 수비력이 좋은 한국영이 낙점됐다.
포백은 곽태휘와 김기희가 중앙 수비를 맡은 가운데 왼쪽에는 김치우, 오른쪽에는 신광훈이 나섰다.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안정 속에 승점 3점을 노리겠다는 최 감독의 의도는 전반 12분 마툭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최강희호의 중원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최 감독의 시선은 최전방에만 고정됐다.
동점골에 대한 의지는 이해가가나 주도권을 위한 해법은 중원에 있었다.
김보경이 잦은 패스미스를 연발하고 있었고,
김남일이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최 감독은 최전방에만 변화를 줬다.
결국 한국은 과거의 뻥축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불운도 발목을 잡았다.
무려 3번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전반 23분 이동국과 2대1 패스를 받은 이청용의 슈팅이,
후반 26분 김치우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한 곽태휘의 슈팅이,
후반 35분 이동국의 슈팅까지 모두 골대를 맞았다.
이 중 한차례만이라도 골로 연결됐더라면 역전까지도 가능한 흐름이었다.
다행히 행운의 여신은 후반 추가 시간 한차례 미소를 보였다.
추가 시간 김치우의 프리킥이 아니었더라면 레바논 참사가 재연될 뻔 했다.

이제 브라질행은 남은 2경기에서 결정이 된다.
이런 축구로는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희망보다는 우려가 더 큰 레바논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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