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 45일간 대장정..첫날부터 삐걱

▲ 2일 국회 특위 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첫날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부 민주당 측 의원들의 위원 자격 문제를 거론하며 퇴장해 파행을 겪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2일부터 45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날 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각각 선임하고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한다.

계획서는 오는 8월15일까지 총 45일간의 활동 기간과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비롯한 경찰의 축소 의혹,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범위로 상정하고 있다. 국정조사 계획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댓글사건 과정에서 민주당의 '매관매직 의혹'과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유린'을,  민주당은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개입 여부, 나아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및 유출 의혹과 관련한 국정원-새누리당의 연계 의혹을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위가 어렵사리 출항을 했으나, 첫날부터 삐걱대는 양상이다. 여야는 특위 위원 적격성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였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의혹으로 고발된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의 특위 위원 사퇴를, 민주당은 NLL 논란의 당사자인 정문헌 의원의 사퇴를 각각 요구했다.

특위 회의의 공개 문제도 절충점 찾기가 어렵다. 민주당은 국회법에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만큼 당연히 공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나, 새누리당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누설할 수 없게 돼있다"면서 국회법과 국정원법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을 국조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도 여야 간 대척 지점이다.

민주당은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원 댓글사건에 국한돼야 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증인 채택 문제도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문재인 의원과 '매관매직'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했던 김부겸(당시 공동선대본부장) 전 의원을 증인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김 현·진선미 의원에 대한 증인 채택도 불사할 태세다.

민주당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남재준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댓글 의혹의 당사자인 국정원 여직원을 비롯한 대북심리전 관계자 등을 거론하고 있다.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을 받는 새누리당 김무성, 정문헌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등의 증인 채택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이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를 증인으로 요구하면 새누리당은 문재인 의원과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을 대응 카드로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여야의 '공격 포인트'가 달라 국정조사가 겉돌거나, 정쟁만 벌이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얘기해야 하지만 여야가 모두 상대방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건설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1987년 국회 국정조사권이 부활한 이후 진행된 국정조사는 총 21건이다. 국회홈페이지 의안검색 시스템에서 모든 국정조사의 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정조사특위가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국정조사는 단 8건(38%)이다. 

여야 정쟁거리가 크게 부각된 사건일수록 성과는 미미했고, 보고서가 채택된 사건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지만 여야 정쟁거리가 첨예하지 않은 사안이다. 보고서를 채택하더라도 후속 입법조치를 마련치 않아 성과 없이 끝난 국조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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