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실적을 놓고 벌인 분석 대결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를 완전히 눌렀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삼성전자 실적 전망에서 외국계가 압승함으로써 국내 증권사가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5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국내 증권사 26곳의 평균 전망치 10조2천억원에 못 미치는 9조5천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 JP모간의 리포트가 삼성전자의 주가를 뒤흔든 이후에도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6월 이후 전망치를 내놓은 증권사 20곳 중에서 아이엠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최고 전망치인 10조4천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집계치 9조5천억원과 무려 9천억원의 차이가 난다.

그 뒤를 이어 KB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하이투자증권이 10조3천억원, NH농협증권·키움증권·IBK투자증권이 10조2천억원, HMC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KTB투자증권·삼성증권이 10조1천억원을 예상했다.

영업이익 10조원 미만을 예상한 증권사는 현대증권, 한화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등 4곳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은 국내 증권사보다 훨씬 정확했다.

JP모간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을 9조7천억원으로 제시했고, 골드만삭스는 9조6천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외국계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실적이 2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자 일각에서 '과도한 우려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전망이 잠정 집계치에 부합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영업이익 예측이 들어맞지 않은 이유로 모바일 부문에서의 마케팅 비용 증가를 들었다.

외국계가 주장한 스마트폰 출하량 둔화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세가 크게 위축됐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비교적 양호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들은 일시적으로 늘어났던 마케팅 비용이 3분기에 줄어들게 되면 스마트폰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며 외국계의 '2분기 정점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증권사의 예측력에 큰 문제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10조원을 넘느냐 안 넘느냐가 증시의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봤고 국내 증권사들은 긍정 일색의 전망을 쏟아냈다"며 "결과적으로 대부분 증권사가 부실 전망을 한 것으로 드러나 신뢰도 문제가 생기게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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