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익 악화, 경제 성장세 둔화에 이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마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말 중국 기업들의 부채는 총 12조1000억달러(약 1경2900조원)를 기록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업 부채 규모가 가장 큰 미국(12조9000억달러·약 1경384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S&P는 중국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1~2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점이다. JP모건의 경우 지난 200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회사채 발행액은 92%였지만, 2012년 124%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신흥국의 회사채 시장 규모가 GDP의 40~70%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회사채 발행량은 GDP의 81%다.

슈앙 딩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이윤이 줄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겐 경기 둔화와 조달금리 상승이 맞물리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차입 규모는 이미 대단히 크다”며 “이는 중국 경제의 잠재적인 위험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도 크게 나빠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금줄을 죄면서 시중금리가 상승세인 데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회사채 발행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인 WIND인포 집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체인 에버그린은 지난 2012년 6월 1년 만기 회사채를 연 금리 4.64%에 발행해 4억위안(6600만달러·약 710억원)를 조달했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1년 만기 회사채 기준 금리가 연 6.13%로 치솟으면서 에버그린은 같은 금액을 차입하기 위해 연 9.90%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자금 조달 비용이 반 년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들의 신용경색(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돼 자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 것)이 심해지면 도산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앙뉴스 / 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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